[한두봉 칼럼] 만성적 쌀 공급과잉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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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과잉공급이 심각하다. 그 원인은 첫째 쌀 소비가 생산보다 빠르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11년 71.2㎏에서 2021년 56.9㎏으로 약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쌀 재배면적은 14%, 생산량은 8%만 감소했다. 둘째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따라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매년 쌀 40만9000t이 수입된다. 수입쌀은 국내 소비량의 16%를 차지한다. 셋째 공급 위주의 쌀정책이다. 정부는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2005년 쌀 목표가격과 직불제를 도입했다. 2020년에는 쌀농가와 대농에 유리한 직불제 대신 공익직불제를 도입했다. 그러면서 쌀값 안정을 위해 시장격리제를 도입했다. 올해 세차례에 걸쳐 37만t을 격리했지만 산지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 대비 25%나 폭락했다.

곡물 공급과잉, 가격 하락, 재정 적자는 우리나라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1970년대 초반 식량위기를 겪고 주요 곡물 가격·소득 지지로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이를 경지면적 감축정책을 도입해 해결하고자 했다. 가격·소득 지지를 받는 농민이 경지면적 일정 부분(10∼15%)을 휴경해 공급을 줄이는 제도다. 그러나 불이행 효과로 이 정책은 실패했다. 농민들이 일부 농지를 감축했지만 남은 농지에다 집약적으로 재배해 생산량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부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가비축제도를 도입했지만 공급을 줄이지 못했다. 미국 사례는 우리나라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위한 생산조정과 농협 중심 민간비축사업에 대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미국은 1980년대 생산조정정책에 한계를 느끼고 수요확대정책을 적극 도입했다. 첫째 국내 수요 확대를 추진했다. 학교급식으로 점심은 물론 아침도 제공하고, 사회적 약자에 농식품 지원을 강화했다. 둘째 해외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농산물 무역자유화를 실현했다. 만성적인 국내 과잉공급을 해외 수요, 즉 수출로 해결했다. 셋째 대대적인 쌀 홍보정책을 펼쳤다. 정부와 미국 쌀협회의 적극적인 홍보로 미국의 연간 쌀 소비량은 1980년 200만t에서 2020년 500만t으로 2.5배 증가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밀가루를 대체할 건식 쌀가루 산업화를 통해 식량안보와 쌀 수급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발표했다. 쌀가루 산업화 등 수요 확대는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쌀 수요 확대를 위한 범부처적 접근 방안에 대해 몇가지 제안한다. 첫째 교육부와 함께 아침 학교급식을 도입하자. 일본처럼 학교급식과 공공급식에 쌀빵 등을 공급하자. 둘째 연령별·세대별 특성에 맞는 밀키트(Meal Kit·반조리식품)·쌀빵·주먹밥·메디푸드(환자용 식품) 등 다양한 쌀 가공품을 개발·보급하자. 셋째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전통 식생활의 우수성을 홍보하자. 지난 15년간 1인당 쌀 소비량은 15㎏ 감소했고, 육류 소비량은 15㎏ 늘었다. 그사이 초·중·고교 학생 비만율은 20.8%, 고혈압 비율도 14.3%로 증가했다. 밥은 빵과 달리 설탕·소금·글루텐·콜레스테롤·지방이 전혀 없는 5무(無) 건강식품이다. 밥이 비만 원인이라는 것은 잘못된 통념이다. 넷째 고품질의 맛있는 쌀을 지속적으로 개발·보급하자. <골드퀸3호> <진상미> <삼광> 등은 <고시히카리> 같은 일본 품종보다 품질이 뛰어나다. 다섯째 세계 최고의 국산 쌀 수출을 확대하고, 쌀 해외원조도 늘리자.

쌀 수요확대정책은 지속 추진해야 한다. 쌀은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논은 기후위기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국토를 보전하는 외부경제 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