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이젠 車공유·사진관·주민센터 다 된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 7월부터 편의점 앞을 개인 간 차량 대여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개인 소유 차량을 빌려주려는 사람과 이를 쓰려는 사람들이 편의점을 거점으로 차량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BGF리테일은 편의점 앞 차량 주차 공간이 있는 경기도 하남시 16곳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요즘 편의점은 물건만 팔지 않는다. 택배·ATM(현금인출기) 같은 서비스에서 홈쇼핑 주문 제품이나 와인 수령은 이미 오래됐고, 이젠 개인 차량 공유 장소, 공유 킥보드 충전, 전기 바이크 배터리 충전소 등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의 직접적인 매출과 무관해보이는 서비스를 늘리는 것은 출점 경쟁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고객을 매장 안으로 ‘한 발짝’ 들어오게 해 제품 구매를 유도하려는 ‘연관 구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차량 대여·바이크 충전까지
BGF리테일은 자동차계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카셰어링 스타트업 타운카랑 손잡고 편의점을 차량 대여 장소로 제공한다. 나중에는 CU 편의점에 타운카 전용 키오스크를 설치해 비대면으로 신분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자동차 키를 보관·전달하는 서비스까지 맡는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경기 권역에 해당 서비스가 가능한 공간을 가진 점포가 1300여 개 정도 된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7월 모빌리티 서비스 스타트업 셰빌리티와 함께 공유 킥보드 충전 서비스인 윙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지바이크라는 브랜드의 공유 킥보드를 충전·반납하도록 한 것이다. 킥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충전이나 반납을 위해 편의점에 왔다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이마트24도 전기 바이크 배터리 충전소를 운영한다. 전기 바이크 배터리가 방전되면 편의점을 찾아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해가는 방식이다. 작년 9월 시범 운영을 시작해 현재 23개 점에서 해당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한 달 이용 횟수가 2100여 건에 달했다. 이마트24는 “충전된 배터리를 교환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다른 점포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매장으로 한 발짝만 들어오면 된다
편의점이 직접적인 매출과 상관없는 서비스를 늘리는 것은 일단 고객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면 상품 구매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CU에서 택배를 보내거나 ATM에서 현금을 찾기 위해 방문한 사람의 55%는 추가로 물건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연관 구매 비율이 50%에 달했다.
편의점 업체들은 택배, 홈쇼핑 주문 상품 픽업 서비스, 공유 모빌리티를 넘어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24 잠실올스타점은 편의점 안에 무인 사진관을 마련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셀프 스튜디오 사진 촬영이 유행하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1500개 점포에서 주민등록 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출력 같은 주민센터 업무를 제공하고, CU도 사진이나 민원 문서 출력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편의점 4사 모두 편의점 안에 은행을 들여놓은 금융 특화 점포도 운영하고 있다. GS25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주류를 가까운 편의점에서 받을 수 있는 와인25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편의점 수는 5만개를 넘어서면서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다. 점포 숫자를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점포당 매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한정된 공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를 무작정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집객 효과가 큰 서비스만 남기고 일부 서비스는 정리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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