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우주선 보내 소행성 맞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2022. 9.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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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으로 소행성 충돌]
소행성-지구 충돌 막는 실험 성공.. 우주선 다트 열달간 1100만km 날아
시속 2만2000km로 소행성 명중.. NASA "인류 새 시대 열렸다" 환호
인류에게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을 막기 위해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초유의 ‘지구 방어’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우주선을 소행성에 부딪쳐 지구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에서, 인류가 보낸 우주선이 지구 밖 1100만 km의 목표 소행성과 정확히 충돌한 것이다. 지구로 근접하는 소행성을 폭파하는 영화 ‘딥 임팩트’(1998년)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이뤄진 것이다.

27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다트(DART)’가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 왼쪽 사진부터 차례대로 다트가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접근하며 각각 충돌 2분 30초, 11초, 2초 전 촬영한 모습. NASA 제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6일 오후 7시 14분(한국 시간 27일 오전 8시 14분) 다트(DART)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했다고 밝혔다. 무게 약 570kg에 가로 1.8m, 세로 1.9m 크기인 다트는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우주선의 목표는 지구에서 약 1100만 km 떨어진 소행성 ‘디디모스’ 주위를 공전하는 지름 160m, 축구장 크기 정도의 위성 디모르포스. 약 10개월 동안의 항해 끝에 시속 약 2만2000km(초속 6.1km)의 속도로 충돌에 성공했다.

관제실에서 지켜보던 NASA 관계자들이 충돌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NASA 제공
충돌 과정은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의 임무운영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됐고, NASA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숨죽이며 과정을 지켜보던 센터의 NASA 관계자들은 충돌이 성공하자 크게 환호했다. 로리 글레이즈 NASA 행성과학 부문 책임자는 “인류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소행성 충돌과 같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충돌로 디모르포스가 디디모스 궤도를 도는 속도가 약 1% 줄어들고, 이에 따라 11.9시간인 디모르포스의 공전주기가 최소 1분 13초, 최대 10분 이상 단축될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궤도가 바뀌었는지는 지상 망원경을 통한 추가 관측으로 약 한 달 뒤에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알로 총알 맞혔다”… 초속 6km 다트, 1100만km밖 소행성 명중


NASA, 지구방어 실험 성공

가로 1.8m×세로 1.9m 크기 우주선, 축구장만 한 지름 160m 소행성 충돌
영화 ‘딥 임팩트’ 상상이 현실로
과학자들 “10m 폭 충돌구 생기며 소행성 속도 늦추고 궤도 수정”
한국천문硏도 참여, 충돌 먼지 포착


‘총알로 총알을 맞히는 미션’, ‘우주공간에서 펼치는 거대한 당구 게임’.

이번 소행성 충돌 시험은 지구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지구에서 멀어지게 하는 ‘쌍(雙)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DART)’ 프로젝트다. 광대한 우주 공간에서 매우 빠른 속도의 우주선을 아주 작은 소행성에 직접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계획이다. 애초에 성공률이 10% 미만으로 점쳐졌을 정도로 고난도 미션이었다.

NASA는 2018년 이 사업에 착수해 약 3억3000만 달러(약 4700억 원)를 투입했다. NASA는 소행성을 폭파시키는 대신 우주선 충돌로 궤도를 바꾸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 1100만 km 밖에서 정확히 명중

임무 성공을 위해 다트의 항행에는 NASA의 여러 신기술이 적용됐다. 추진 체계는 태양열 전기 추진 시스템으로 이온 엔진을 사용했다. 다트 우주선에 달린 날개 형태의 태양광 발전판이나 고효율 통신을 가능케 하는 방사형 안테나 등도 도입됐다.

충돌 단계는 자동 항법과 자동 관제로 이뤄졌다. NASA가 개발한 ‘스마트 내비’ 시스템은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를 구별하고 자동으로 목표인 디모르포스에 충돌하도록 설계됐다. NASA에서 개발한 미사일 유도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고해상도 이미지 카메라 ‘드라코’와 충돌 장면을 원거리에서 찍는 큐브위성 ‘리차큐브’ 등도 개발했다. 다트에 실려 우주를 항행하다 이달 11일 사출된 리차큐브는 충돌 3분 후 소행성에서 뿜어져 나온 충격 기둥 이미지와 비디오를 촬영했다. 리차큐브가 찍은 이미지와 비디오는 약 하루 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충돌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디모르포스는 인류가 궤도를 바꾼 첫 소행성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NASA는 “인류가 처음으로 천체의 궤도를 자율적으로 표적하고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증명했다”며 “세계 최초의 행성 방어 시험을 완수했다”고 말했다.

다트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충돌할 때 약 100억 J의 운동 에너지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 암석 등 약 100t의 물질이 분출되며 10m 폭의 충돌구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충돌이 남긴 크기와 모양 등 흔적은 유럽우주국(ESA)의 우주선 ‘헤라’가 맡을 예정이다. 2026년경 디모르포스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헤라는 디모르포스의 정확한 질량과 구성, 내부 구조 등 세부 사항은 물론 다트와의 충돌이 남긴 분화구의 크기와 모양 등을 근접 분석한다.
○ “소행성 위협에서 인류를 구하라”

지구 인근 궤도를 도는 소행성은 지구에 위협적인 존재다.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도 약 6600만 년 전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 때문이라는 가설이 유력하다. 충돌로 인한 폭발로 엄청난 먼지가 상층 대기를 뒤덮으며 태양을 가리고 생태계를 붕괴했다는 것이다. 지구까지 거리가 750만 km보다 가깝고 지름이 140m보다 큰 소행성을 ‘지구 위협 소행성’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2000여 개가 발견됐다.

지름이 1km 이상인 소행성은 인류의 기술로 95% 이상 찾아내고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 현재까지 지구를 위협할 만한 소행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디모르포스 역시 실제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지름이 1km 이하면 찾아낼 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NASA를 비롯해 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이 이번 미션을 함께 추진한 이유다.

한국 지상관측팀 역시 이번 충돌 실험 분석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충돌 직후 소행성에서 먼지가 분출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을 공개했다. 한국의 보현산천문대와 소백산천문대, 미국 레몬산천문대 등에서 망원경 8개를 통해 전 세계 연구팀들과 함께 충돌 이후의 변화를 추적할 계획이다.

문홍규 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이번 미션은 내년에 유엔 우주공간평화적이용 위원회(COPUOS)와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 등의 회의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라며 “NASA는 향후 디모르포스보다 큰 소행성 충돌 실험도 계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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