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오명'인 시대에 나온 언론인 에세이 시리즈 '우리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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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위해 썼다. 저널리즘 같은 것은 없었다. (중략) 조회수도 돈, 광고·홍보도 돈. (중략) 잘 쓰고 싶은 기사를 정말 잘 쓰려면, 때로는 '기레기' 짓을 할 필요가 있었다. (중략) 좋게 말해서 내가 속한 조직과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 관계를 맺었다고 해야하나."
지 에디터는 "사회 첫 발을 언론사에서 뗐고, PR회사에서 여러 일을 겪었지만 저널리즘과 언론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짝사랑으로 남아 있는, 개인적인 동기도 있다"면서 "내년 초 지역매체 기자의 에세이를 내고 이후 출판인 시리즈를 3권으로 내는 걸 고려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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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위해 썼다. 저널리즘 같은 것은 없었다. (중략) 조회수도 돈, 광고·홍보도 돈. (중략) 잘 쓰고 싶은 기사를 정말 잘 쓰려면, 때로는 ‘기레기’ 짓을 할 필요가 있었다. (중략) 좋게 말해서 내가 속한 조직과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 관계를 맺었다고 해야하나.”
출판공동체 편않이 최근 펴낸 신간 <손정빈의 환영> 중 일부다. 책은 ‘우리의 자리’란 시리즈의 일환으로서 <박정환의 현장>, <고기자의 정체>와 함께 출간됐다. 현직 기자의 에세이를 책으로 묶어 동시에 세 권을 함께 출간하는 기획은 매우 드문 시도이면서 출판사 나름의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편않은 ‘기레기’란 오명이 자연스러워진 시대 “비난하고 조롱해봤자 나아지는 것은 없다”고, “그럴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욱 빠르게 망가질 것”이라고, “그리고, 그래서, 그럼에도, 이제는 다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취지를 적는다.
언론·출판인 에세이 시리즈 기획을 총괄한 지다율 편않 에디터는 26일 본보와 통화에서 “‘기레기’라고 쉽게 말하고 정작 시민으로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부분은 적은 분위기지만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보고 나면 대화할 마음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책은 그렇게 제목에 이름이 적힌 10년차 이하 기자 3인이 밟아온 경로만큼이나 다양하고 제각각인 목소리를 담는다. 박정환 CBS 기자의 경우 ‘남성 노래방 도우미’ 위장취재를 비롯해 세월호, 유병언, 탄핵 정국 등 현장경험·취재기 위주고, 기자 지망생이 유용하게 볼 정보들을 담았다. 반면 현재 영화매거진 무비고어의 편집장인 손정빈 기자는 통신사 영화기자로서 경험에 더해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도 결국 영화로 돌아왔고 매체까지 창간한 특수한 경험이 주가 된다. 고양이 캐릭터로 언론계의 일상을 그려온 고기자는 기자 일 이후 남은 ‘자신’ 혹은 언론사 관행 이면에 존재하는 ‘우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고민한다.
각 150페이지 분량의 이 이야기가 핵심이다. ‘기레기’라는 진실 일부의 이미지가 아니라 당사자의 목소리. 실제 3권 모두를 읽어보면 각 기자들의 차이는 마치 평생 똑같은 작품을 찍은 것만 같은 ‘홍상수’, ‘오즈 야스지로’ 등 감독의 영화를 연달아 봤을 때 드는 정도로 다가온다. 지 에디터는 “자신을 위해서 쓰지만 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을 하는 이로서 고민이나 애환, 각자 자리에서의 고군분투가 공통적이었다. 위 아래 낀 세대인 10년차 이하 기자들을 섭외해서인지 ‘내가 저널리스트로서 이런 얘길 할 수 있을까’처럼 완성된 답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고민만 있었다”고 했다.
기획은 ‘편집자는, 편집을, 하지 않는다’는 출판공동체 ‘편않’이 그간 추구해 온 “결과로서의 좋은 책을 넘어서서 과정으로서의 좋은 출판”이란 방향과도 맞닿는다. 출판계에 문제의식을 지닌 4인은 그간 갹출 등을 통해 반년 단위로 낸 동명의 잡지 등을 통해 출판노동자의 근무환경, 현실에 대한 목소리를 전해왔다. 지 에디터를 제외하면 직장 활동과 병행하고 있다. 이번 기획의 경우 올 초 개인 친분, 소개, 일을 통해 연이 있던 기자들에게 집필 제안을 했고 세 계절만에 결과물이 나왔다. 지 에디터는 “사회 첫 발을 언론사에서 뗐고, PR회사에서 여러 일을 겪었지만 저널리즘과 언론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짝사랑으로 남아 있는, 개인적인 동기도 있다”면서 “내년 초 지역매체 기자의 에세이를 내고 이후 출판인 시리즈를 3권으로 내는 걸 고려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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