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이첩 2주 만에 방통위 압수수색… "허위사실 만들어 강압수사"
심사위원 자택 등 압수수색
방통위·위원 공모 혐의…
본인이 매긴 점수 수정, 정상 절차라 논란 일 듯
검찰이 2년 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 점수를 고의로 낮췄다는 의혹을 받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당시 심사위원들의 자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방통위와 일부 심사위원이 공모해 점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내세우는데, 당사자들과 언론계는 정상적인 심사 절차에 대한 강압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23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종편 재승인 심사를 담당하는 방송정책국 방송지원정책과와 2년 전 관련 업무를 했던 공무원들이 대상이었다. 이날 검찰은 재승인 심사에 참여했던 민간인 신분의 심사위원 4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도 찾아 압수수색을 벌였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일부 심사위원이 TV조선에 의도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자료를 지난 7일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감사원이 사건을 이첩한 지 16일 만에 방통위와 해당 심사위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 결과는 총점 1000점 중 650점 이상이면 ‘재승인’, 650점 미만은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 등으로 나뉜다. 2020년 심사에서 TV조선은 총점 653.39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점인 650점을 넘었다. 그러나 중점 심사사항 중 하나인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공정성) 항목에서 기준점수(105점·210점 만점의 50%)에 미달한 104.15점을 획득해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검찰과 감사원은 일부 심사위원이 해당 항목의 점수를 고의로 감점한 걸로 보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A 심사위원은 TV조선의 공정성 항목 점수를 72점에서 58점으로 수정했다. B 심사위원은 공정성 항목 점수를 95점에서 79점으로 낮췄으나, 또 다른 중점 심사사항인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정성’ 항목은 20점에서 38점으로 올렸다. C 심사위원은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 여부’ 항목 점수를 48.2점에서 38.2점으로 고쳤다. C 위원이 수정한 항목은 중점 심사사항이 아니다.
영장에 명시된 내용을 보면 심사위원들의 평가점수 집계 파일은 2020년 3월19일 저장됐다가 이튿날인 3월20일에 추가 수정됐다. 20일은 심사 마지막 날이었다. 검찰은 종편 재승인 담당 방통위 직원들이 해당 심사위원들에게 TV조선 평가 점수를 미리 알려주어 점수를 수정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피의자’로 지목된 심사위원들은 검찰이 제시한 범죄 정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당시 심사는 2020년 3월16~20일 4박 5일간 경기도 소재 코바코연수원에서 이뤄졌다. 심사에 참여한 위원들은 합숙 내내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없었고, 다른 참석자들뿐 아니라 방통위 직원들과도 따로 대화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했다.
A 심사위원은 “4박 5일 심사 내내 1인실에서 묵었고 마지막 날(3월20일) 오전에 자기 점수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위원 몇 명이 본인이 준 점수를 수정한 것이다. 연수원을 떠날 때까지 다른 위원들의 점수나 평균 점수 자체를 알지 못했다”며 “휴대전화도 없고 잠시 산책할 때도 경호원들이 붙어있어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방통위와 일부 위원들이 공모해서 점수를 조작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사위원 본인이 매긴 점수를 수정하는 건 방통위 심사 지침상 정상적인 절차다. 방통위는 특히 2020년엔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점수를 수정한 이력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존 점수에 가로줄을 그어 다시 채점한 점수를 기록하는 식이다. 이런 배경에서 검찰이 정치적인 이유로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B 심사위원은 “평가과정과 심사 환경을 보면 절차에 어긋나게 할 수조차 없는데 외부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압수수색까지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검찰 수사는 방통위 압박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민간 심사위원 2인은 지난 26일 별도의 입장을 내어 “심사과정에서 점수 조정과 수정은 심사위원 개인의 고유권한이자 통상의 과정”이라며 “그런데도 심사위원들이 마치 불법적 행위를 공모한 것처럼 전혀 없는 허위사실을 만들어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벌이는 검찰의 행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당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한 언론장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언련은 “이전 정부가 임명한 방통위원장 강제 축출을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른 학자와 시민단체 전문가의 심사 활동까지 강제수사를 동원해 탄압하는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를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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