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도 테니스 때문에 배웠어요"
여자 경기 랠리에 빠져 ‘덕후’로
페더러 메이저 20승 직관 ‘짜릿’
10번 넘게 대회 참가한 터줏대감
모든 휴가는 오로지 코트와 함께
파란 코트에 왔다갔다 하는 노란 공은 사춘기 중학생의 눈을 사로잡았다. 백승원씨(39)는 오래전 자신이 테니스에 빠진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한 위성채널이 생중계 중이던 1997년 호주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가 우승한 경기가 시작이었다.
그 이후로는 테니스 ‘너드’(Nerd·한 곳에 몰두하는 괴짜)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끝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에서 미디어센터의 통역으로 일했다. 백씨는 “원래 스포츠를 좋아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열성팬”이라면서 “처음에는 포인트를 내는 과정이 짧은 남자 테니스에 비해 여자 테니스의 랠리가 재미있어 팬이 됐다”고 밝혔다.
본업은 따로 있다. 카이스트(전산)-서울대(수학)를 졸업한 그는 최근까지 항공사에 다니다가 물류회사로 이직했다. 그리고 첫 휴가를 코리아오픈에 온전히 투자했다. 휴가에도 하루 대부분을 기자회견실에서 보내면서 틈틈이 회사 업무도 해야 하지만 “선수 ‘덕질’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라며 기분 좋게 웃었다.
코리아오픈에서만큼은 ‘터줏대감’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다. 2006년 전광판 조작과 통역을 시작으로 지금의 미디어 관련 자원봉사를 하기까지 무려 10번이 넘는 대회에 참가한 ‘전문요원’이다. 백씨는 “당시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를 한창 좋아하던 시기였는데 대한테니스협회에 ‘통역요원이 필요하지 않냐’고 직접 문의해 처음 참가했다”고 첫 인연을 말했다. 언제부턴가 모든 휴가는 테니스 대회에 맞춰진다. 군 복무 때인 2009년에는 포상휴가를 받아서도 대회를 찾았다.
2014년부터는 테니스 전문 매거진의 객원기자로 메이저대회 원정까지 다니고 있다. 호주오픈에는 5번이나 갔고, 프랑스오픈도 한 번 직관했다. 수준급의 영어 실력도 테니스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한창 테니스에 빠져 있을 때 PC통신과 웹서핑을 통해 찾은 테니스 자료들이 영어다 보니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최근 은퇴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메이저 20승(2018년 호주오픈)을 직관한 게 최고의 경험이라고 이야기하는 백씨는 “언젠가는 테니스 관련 국제 저널리스트 등 테니스 관련 일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주 이어지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코리아오픈에는 객원기자로 다시 올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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