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망각하는 원칙 '민심을 잃으면 주가도 잃는다'[미국주식사관학교의 해외투자 야전교범]

카레라(필명) 2022. 9. 27. 22: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사태’
공격적 마케팅으로 기대 높았지만
유저들 차별 항의…단체 환불 소송
블리자드는 사내 성폭행 등 터지며
게임 속 가치관과 다른 ‘위선’ 노출
악화된 민심,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

예로부터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심지어 왕이 통치하는 세계관에서도 그럴진대, 현대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식도, 회사도 모두 고객이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이 가끔은 무시되는 듯 보이기도 하는데, 한·미 양국을 가리지 않고 유독 게임업계에서 그런 일이 최근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 예시로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의 현 상황을 들 수 있다. 우마무스메는 게임 론칭 이전부터 상당히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카카오게임즈의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이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한국을 뒤덮다시피 한 마케팅은 기존의 오타쿠향 게임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오타쿠향 게임은 유저의 외연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판단하며, 그런 만큼 광범위한 광고는 가격 대비 성능비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을 고려할 때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우마무스메에 작지 않은 기대를 걸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같은 기대와 투자에 맞게, 시장도 부분적으로 화답했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기대감에 사전예약 시작 날 약반등으로 보답했다. 이후 우수한 실적으로 실적 발표날 13%가량 상승하며 다시 반등하는 그림을 만들고 있었다. 비록 대외 여건상 추세 전환을 이끌기에는 부족했지만 카카오게임즈 주주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상승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승분은 이후 이어진 운영에서의 논란으로 고스란히 반납했다. 유저들은 일본 서버와의 차별에 항의하며 판교 사옥으로 마차를 보내며 논란을 점화했고, 이후 카카오게임 측과 간담회를 여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악재만으로도 투자자들은 유저들의 불만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에 따라 주가 역시 하락하였다. 이후 개최된 간담회에서는 유저들의 불만을 불식하기는커녕, 오히려 운영진의 게임 이해도 미비와 실언만 노출되면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었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운영진 간담회 직후 불만스럽지만 한 번 더 믿어보자는 유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후 운영 측면에서 많은 부분이 개선되면서 역으로 ‘커피 조공’ 시위가 일어나는 등 순탄하게 마무리되었던 전례가 있었기에 유저들 또한 간담회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마무스메의 경우, 간담회로 촉발된 유저 민심 악화는 결국 유저들의 단체 환불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유저 측이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소송이 걸린 것 자체로 악재인 것은 사실이다. 현재 모인 환불 요청 금액은 90억원가량, 인원수만 7000여명으로 규모가 작다고 볼 수 없다.

이는 한국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블리자드 역시 스토리와 운영 관련 이슈, 그리고 내부 성추문 때문에 상당한 파문을 겪고 있는데 하루 이틀의 이슈가 아니다. 이미 게임 전문가들은 스타크래프트 2 이후 블리자드의 제작, 운영 능력에 대해서 의구심을 표했다. 이후 디아블로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에서 이런 의구심들은 확신이 돼가며 예전 전성기 때의 블리자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현 블리자드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머들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회사를 개편하면서 보여준 블리자드의 ‘위선’이 회사의 이미지에 직격타를 가했다. 누구보다 정치적 올바름을 열심히 자사의 게임 속에 삽입하면서도 사내에서는 성희롱과 성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게임 운영의 미비, 그리고 회사에 대한 여론 악화는 주가에도 일정 부분 반영됐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가 진정된 직후인 2009년부터 경기가 완연히 올라온 2017년까지의 주가 상승폭을 비교해 보자. 이 기간, 블리자드는 약 320% 상승했다. 상승률 수치만 보면 잘 오른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벤치마크와 경쟁사들과 비교해 보면 달라진다. 벤치마크인 나스닥지수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356% 상승해 블리자드보다 높았다. 경쟁사인 테이크투인터랙티브(Take-Two Interactive)는 528%, EA는 362% 상승해 블리자드를 큰 폭 추월했다. 이는 ‘우리 다 폰 있잖아요’로 대표되는 디아블로의 민심 이반, 그리고 ‘리치왕의 분노’ 이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최고 히트작의 애매한 성적 등이 반영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몰락, 그리고 롤(LOL)과 도타(DotA)를 위시한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AOS)류 게임의 약진도 영향을 미쳤겠으나, 도타 자체가 블리자드의 게임인 워크래프트의 유즈맵(일종의 팬 메이드 모드)인 디펜스오브더에인션츠(Defense of the Ancients)에서 태동했고, 그 모태 또한 2002년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인 에이오에스(Aeon of Strife·AoS, 애초에 장르의 이름이 된 게임이다)에서 시작하였음을 생각하면, 유저의 민심에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 본다.

최근 들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를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브랜드와 제작능력은 아직 유지되고 있으나 다양한 이슈로 가치가 낮아지고 있는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특정회사나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언제나 리스크가 큰 행위이다. 하지만 특히 콘텐츠 회사의 경우 회사가 보유한 지적재산권(IP)의 브랜드가치가 회사의 운영이나 스토리의 진행 등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인해서 가치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리스크가 큰 만큼 시장초과수익도 숨어 있는 것이 시장의 이치이다. 언제나 시장에서 알파를 찾아다녀야만 하는 투자자들은 재무제표만큼이나 그 뒤의 민심도 같이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카레라(필명)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