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개미에 놀란 DB하이텍 "반도체 사업 분사 검토 중단"
소액주주들 연합해 소송 등 준비
"분사 막은 데 의의"..주가 급등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사업 부문 물적분할 검토를 중단했다. 물적분할 검토 중단 소식에 27일 DB하이텍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DB하이텍은 전날 장 마감 후 반도체 설계사업 부문의 분사 검토를 중단하겠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했다. DB하이텍은 “사업부 분야별 전문성 강화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반도체 설계사업 분사 검토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했으나 현재 진행 중인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 업체 DB하이텍은 반도체 설계 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물적분할 이슈가 불거지면서 5만원대 후반에서 6만원대를 오가던 DB하이텍 주가는 4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분사 검토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7월12일에는 주가가 하루 만에 15.70%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이슈가 있는 또 다른 상장사 풍산, 한국조선해양의 소액주주들과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주주연합)을 구성해 공동행동에 나섰다.
주주연합은 DB하이텍 주주 명부 열람을 통해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고 주주대표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주주연합은 다음달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DB그룹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국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주주연합 대표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시장에서는 소액주주들이 뭘 할 수 있겠냐는 비관론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로 용기를 얻지 않았나 싶다”며 “물적분할이 저지됐으니 앞으로도 회사가 더 잘되도록 주주로서 동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한다는 소식에 DB하이텍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DB하이텍 주가는 전날보다 5.53% 오른 4만50원에 거래를 마쳤다. DB하이텍은 이날 장중 한때 전날 종가보다 10% 이상 뛴 4만20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물적분할은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하는 등 상장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하고, 모회사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모회사 주주들에게 신설 기업의 주식을 나눠주는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에서는 모회사 자체가 자회사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형식이라 기존 주주들은 자회사를 간접적으로만 소유하게 된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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