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MBC에 "비속어 보도 경위 뭔가"
사장에 ‘해명 요구’ 공문 보내
MBC “언론 자유 침해 유감”
기협·언론노조 등 6개 단체
“대통령, 논란 직접 사과를”
대통령비서실이 지난 26일 박성제 MBC 사장에게 공문을 보내 ‘비속어’ 보도 경위를 구체적으로 물었다고 MBC가 27일 밝혔다. MBC는 대통령비서실이 공영방송사 사장에게 보도 경위를 해명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 언론 자유를 위협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MBC에 보낸 공문을 보면 대통령실은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떤 근거로 특정했는지” “소속 기자가 임의로 특정한 것이라면 대통령실 발언 취지 및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뭔지” 물었다.
대통령실은 발언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는데도 MBC가 최초 보도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며 “MBC가 보도한 내용을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이라고 한 이유와 근거가 뭔지” “ ‘국회’가 미국 의회인 것처럼 괄호로 미국이라 표기한 것은 해석이나 가치 판단이 아닌지” 등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MBC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사 이래 최초의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공문에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이뤄진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 관계가 훼손되고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질문과 관련해 조속한 시일 내에 MBC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청한다”고 담았다.
MBC는 대통령실의 질의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MBC는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같은 보도를 했음에도 MBC만을 상대로 이런 공문을 보내온 것은 MBC를 희생양 삼아 논란을 수습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며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MBC에 대한 공격이 언론의 공적 감시와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단체들은 ‘비속어 파문’을 언론 탓으로 돌리려는 대통령실을 비판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6개 언론단체는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욕설·비속어 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진실게임과 책임 공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비판했다. 언론단체는 문제를 먼저 인지하고 비보도 요청을 한 것은 대통령실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에 대한 진상은 대통령이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대통령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 해명이 이어진다. 이대로라면 대통령이 미국에 간 적도 없다고 할 기세”라며 “대통령이 직접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밝히고, 언론과 국민에 솔직하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MBC가 특정 정당과 담합해 영상을 사전에 유출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단체는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촉발된 실책과 치부를 언론 탓으로 돌려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의 불쏘시개로 삼아보려는 얕은 계산”이라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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