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표지 위조' 기소된 전직 검사..공수처 "고소장 전체 위조" 추가 기소
사건 정상 접수된 듯 속여
"고소인의 권리 침해·기망"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한 뒤 다른 사건 고소장으로 대체한 혐의로 전직 검사를 27일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고소장 ‘표지’ 위조로 해당 검사를 기소했는데, 공수처는 표지뿐 아니라 고소장 자체를 대체하고 수사보고서를 조작한 것도 별도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해 추가 기소했다. 공수처 수사1부(부장검사 직무대리 이대환)는 사문서 위조와 공문서 위조 혐의로 윤모 전 검사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윤 전 검사는 부산지검에 재직하던 2015년 12월 고소 사건 기록이 분실되자 해당 사건의 고소인이 고소한 다른 사건 기록에서 고소장을 복사해 원 수사기록에 대신 편철한 혐의(사문서 위조)를 받는다. 검찰 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에 ‘고소인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허위 내용을 입력해 출력한 다음 수사기록에 대신 편철한 혐의(공문서 위조)도 있다.
공수처는 윤 전 검사가 기록 분실을 숨기고 사건이 정상적으로 접수돼 수사 후 처리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이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전 검사는) 고소인이 하나의 고소장으로 반복해서 민원을 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었다”며 “국민 기본권 보장과 피해자 구제가 검사의 기본 사명인데 고소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기망했다는 점에서 추가 기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전 검사를 불러 조사하려 했지만 그가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범죄의 공소시효가 오는 12월로 임박해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지난 7월 말과 9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윤 전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증거가 확보됐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2018년 10월 윤 전 검사가 다른 사건 고소장에 고소장 표지를 만든 뒤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한 혐의(공문서 위조·행사)로 기소했다. 법원은 윤 전 검사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의 선고 유예를 확정했다. 공수처는 이번 수사에서 확인된 윤 전 검사의 위조문서행사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검찰이 기소한 범죄사실과 겹친다고 보고 불기소 결정했다.
공수처 수사의 핵심은 검찰 윗선이 윤 전 검사의 고소장 위조 사실을 적발하고도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하는 등 사건을 무마했는지 여부이다. 고소장 위조 사건은 윤 전 검사가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회장의 딸이라는 점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공수처는 윤 전 검사가 고소장 위조와 관련한 감찰 때 적극적으로 항변하다 갑자기 사직서를 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2019년 4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경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수차례 기각했고 결국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임 부장검사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고, 권익위가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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