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여당 "국정 발목잡기"

윤 정부 첫 장관 해임 건의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운데)와 이수진(왼쪽)·오영환 원내대변인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들고 의안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야당 “외교 참사 책임져야”
29일 국회 본회의 표결 시도
여당은 “다수당의 협박”
국회의장에 중재 요청할 듯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 등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민주당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국정 발목잡기’라고 반발했고, 박 장관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 경질 의사가 없음을 보인 만큼 정국 경색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의원 169명 명의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만장일치로 발의했다.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의안과에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뒤 “29일 본회의에서 아마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이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에서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의 순방 외교가 전대미문의 외교적 참사로 끝난 데 대해 주무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이 해임건의안 추진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언론 탓’, 국민의힘의 ‘정언유착’ 의혹 제기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무슨 말을 했는지도 확인이 안 되는 상태에서 제재 얘기가 나오는 것은 참으로 옳지 않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실언으로 빚어진 외교적 망신이 거짓 해명으로도 덮어지지 않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제가 언론사와 유착했다는 거짓 선동을 일삼았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오락가락 해명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비속어 대상은 한국 국회’→‘야당을 지목한 건 아니다’→‘비속어 발언은 애초 없었다’고 해명을 바꿨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추진이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윤 대통령 순방 기간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2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근거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8%,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1%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은 29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 표결을 시도할 방침이다.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과반(150명) 찬성으로 의결되는 만큼 169석인 민주당의 단독 의결이 가능하다. 28~29일에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위한 본회의가 잡혀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해임건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소집 부담을 덜 수 있다. 민주당은 의원들에게 사흘간 비상 대기를 당부했다. 해임건의안은 국회에 보고된 지 24~72시간 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은) 다수당의 힘 자랑, 횡포이고 대통령 발목잡기를 넘어선 협박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안건 상정이 여야 협의로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중재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의사일정이 협의되지 않으면 의안 상정이 안 되기 때문에 의장에게 협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외교는 국익을 지키는 마지노선”이라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더라도 해임 여부는 대통령 재량이다. 민주당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김태효 안보실 제1차장 교체도 요구했다.

김윤나영·문광호 기자 nayo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