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청·용역 노동자만 또 희생시킨 대전 아웃렛 화재
지난 26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화재가 나 7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들 8명은 모두 회사 측과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사 직원이거나 물류업체 직원들이다. 또다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희생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이번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웃렛 개장 약 3시간 전 지하 1층 주차장과 연결된 하역장 근처에서 일어났다는 점은 확인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8명을 구조했지만 50분 만에 발견된 1명을 제외하고는 7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하역장 근처에 쌓여 있던 종이상자와 의류 등 가연성 물질이 타면서 유독가스와 불길이 순식간에 번져 희생자들을 덮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난 아웃렛은 개장한 지 2년여밖에 안 됐지만 지난 6월 소방안전 점검에서 화재감지기 전선 불량 등 24건이나 지적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은 지적 사항을 보완해 관계기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관계당국은 과연 회사 측이 제대로 이행했는지 규명해야 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대형 참사에서 사회적 약자가 희생되는 일이 반복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희생자 8명 중 6명은 시설관리, 쓰레기 처리, 환경미화 등을 담당한 아웃렛 협력업체 직원이다. 특히 이 중 한 명은 소방당국에 화재 소식을 알린 뒤 동료들의 대피를 돕다 의식불명 상태로 소방관에게 발견됐다. 나머지 2명은 물품 배송과 반품 관련 업무를 하는 외부 물류택배업체 직원이다. 이들은 아웃렛이 문을 열기 전 남들보다 먼저 현장에 나와 일하다 변을 당했다.
40명이 숨진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나 38명이 사망한 2020년 4월 이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화재 등 대형 참사 희생자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였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산재 희생자도 대부분 하도급 업체 노동자들이다. 이런 사고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가 하도급·용역 구조라는 점을 보여준다. 안전보다 인건비 절감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풍토가 바뀌지 않고서는 이 같은 관행이 사라질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 관련 법을 강화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기업 편에 서서 중대재해처벌법과 그 시행령의 처벌 기준 등을 낮추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해당 업체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진정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면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부터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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