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소행성 방어
많은 현대인들이 밤하늘의 별똥별을 볼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살지만 지금도 매일 평균 17개의 별똥별이 지구에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기권에 진입하며 타버리는 작은 운석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천체들이 이 순간에도 지구를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중엔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타버린 운석처럼 낭만적이지 않은 것도 있다. 당시 굉음과 함께 유리창을 박살내며 떨어진 운석으로 110여명이 입원했다. 66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켰다는 그 운석 이후 인류가 눈으로 확인한 최대의 ‘운석 재난’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7일 지구를 향할 수 있는 운석에 물체를 충돌시키는 실험을 했다. 대상은 지구로부터 약 1100만㎞에 떨어져 있는 지름 160m의 소행성 ‘디모르포스’였다. NASA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카메라를 장착한 소형 우주선이 이 소행성에 접근하다 충돌 직전 소행성 표면 사진을 전송한 뒤 신호가 끊어졌다. NASA는 이 우주선이 발사 10개월 만에 목표물과 정확하게 충돌했다고 밝혔다. 소행성의 궤도 변화와 표면에 생긴 자국 등을 통해 실험 성공 여부를 최종 확인하려면 약 4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소행성은 지구로 향할 가능성이 없지만 ‘지구 방어(Planetary Defense)’ 기술 확보를 위해 타격 대상으로 선택됐다. 원리는 미사일방어(MD) 기술과 같다. NASA는 “지구 방어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전 세계를 단결시키는 노력”이라고 밝혔다.
<딥 임팩트>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로서는 “이 정도의 기술도 없단 말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SF적 상상력이 과학기술 연구를 특정 방향으로 이끌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연구를 할 필요도 있다. 문제는 운석에 의한 지구 멸망 가능성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이다. 망원경 기술 발전으로 지구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일정 크기 이상의 천체가 확인된 것만 1만개 이상이고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천체들은 늘 그렇게 많았을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운석으로 인해 인류 실존의 위협을 느끼며 살진 않는다. 지구가 멸망한다면 핵무기나 기후위기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요인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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