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한 보이스피싱, AI로 미리 잡는다..현대캐피탈 피해 예측 솔루션

신찬옥 2022. 9. 27. 19: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2년 현대캐피탈 고객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탐지율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AI 피해예측 시스템을 적용하면 탐지율이 41%에서 75%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 = 현대캐피탈]
"딱 봐도 뻔한 보이스피싱 수법인데, 저런 말에 속아서 돈을 보낸다고?"

보이스피싱 피해 뉴스를 보면서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 사기범들의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져서, 똑똑한 사람도 순식간에 속아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부모나 친구, 친지를 사칭하는 것도 모자라 직장 상사인 척 속여 메시지를 보낸 뒤 제 3의 인물을 소개해달라는 식으로 사기대상을 물색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여기에 페이스북 메시지 등을 활용한 로맨스 스캠(온라인 연애 사기),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활용한 현금화 수법,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을 사칭하는 전통적인 수법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금액도 억대로 커지는 추세다. 사기범들은 정보가 유출된 계좌에서 돈을 빼가는 것도 모자라 피해자의 다른 금융사 잔액까지 탈취하고 추가로 대출까지 받는 등 악랄하게 사기를 치고 있다. 금융사 한 곳에서 여러 계좌를 관리할 수 있는 오픈뱅킹과 비대면 대출이 확산되는 최근 트렌드를 악용한 것이다.

몇 달 전 부모님이 보이스피싱에 당하셔서 낭패를 봤다는 40대 박 모 씨는 "아주 큰 돈은 아니어서 잊고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어이없이 속아 넘어간 것에 큰 자괴감을 가지고 매일 힘들어하신다"면서 "보이스피싱을 당한 피해자는 물론 가족들까지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악질적인 보이스피싱범들을 엄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최선의 대책은 사전 예방이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화두인 요즘, 금융사들은 다양한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범죄자들의 진화(?)에 맞대응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AI 피해 예측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이렇게 개발한 시스템을 이번 달부터 보이스피싱 고위험군 고객에게 적용했다. 이 모델을 도입하기 전에도 이 회사는 이른바 '조건(Rule) 조합' 방식으로 예방 시스템을 적용해왔다. 나이, 대출잔액, 신용정보 등의 조건들을 결합해 보이스피싱 피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을 사전 보호 대상자로 선별해 관리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50대'와 '대출잔액 2000만 원 이상' 고객의 피해발생률이 높았다면 이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고객에게 보이스피싱 유의사항이 담긴 알림톡을 미리 보낸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사람이 예상할 수 있는 조건 범위 내에서만 조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AI 모델은 활용하는 기본정보가 크게 늘었다. 고객 동의를 거쳐 수집 가능한 모든 신상정보와 금융거래 이력, 디지털 친화도 등 500여 종에 이르는 기존 보이스피싱 피해 고객의 정량적, 정성적 속성을 모두 AI가 학습해 피해발생 가능성을 좀 더 세분화해 알려준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최근 2년 간 보이스피싱 민원 건 수를 기준으로 보이스피싱 탐지율을 검증한 결과, 기존 조건 조합 방식은 탐지율이 41%였던 반면 AI 모델의 탐지율은 75%로 상승했다"면서 "AI 모델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대상의 75%를 사전에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평균 위험률보다 5배 높은 고객들에게는 '보이스피싱 유의사항' 알림톡을 발송하고, 20배 높은 고객들에게는 추가대출 심사 시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해 혹시 모를 고객 피해를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또 업계 최초로 '완전히 해석 가능한' 화이트 박스(White Box) 모델의 AI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다. 일반적인 AI 리스크 관리 모델은 고객의 부도나 사기 가능성에 점수를 매겨 이를 서열화하는 방식으로, 이 점수를 바탕으로 담당자가 별도로 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현대캐피탈이 개발한 AI 모델은 인간의 분석 메커니즘을 그대로 따라하는 AI 에이전트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리스크 관리 전략까지 한 번에 도출한다. 이 과정에서 결과값에 대한 해석 근거 역시 명확하게 알 수 있어 담당자가 최종적으로 교차 검증할 수 있다. 특히 리스크 분야에 적용하는 모든 AI 알고리즘은 한국과학기술원 AI대학원 교수진의 자문을 받아 그 정확성을 철저히 검증받고 있다.

이 모델을 개발한 현대캐피탈 리스크 담당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의 AI 리스크 관리 알고리즘은 결과값에 대한 근거까지 명확히 도출되는 화이트 박스 모델로, 고객의 부도나 사기 가능성을 더욱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 회사의 손실을 줄이면서도 고객들이 불편함 없이 당사의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캐피탈의 AI 기술에는 고객이 부당하게 고통받거나 슬퍼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 AI 기술은 인공지능을 넘어 '인격지능'을 표방한다"면서 "앞으로도 AI를 적극 활용해 고객 피해를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