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앞둔 지역 최대 공장 삼양중기, 부천 '문화유산'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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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여기서 일할 때는 직원이 200명은 너끈히 넘었지. 회사 복지도 좋았고. 근데 주변이 주택단지로 바뀌니까 그룹 차원에서 손을 떼버리더라고."
삼양중기는 경인철도와 옛 경인로 옆에 형성된 소사공단에서 가장 큰 기계공장이었다.
삼양중기는 1970년 '이천물산 주물공장'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뒤 삼양그룹에 팔렸다.
소사공단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장이다 보니 주변에는 삼양중기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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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여기서 일할 때는 직원이 200명은 너끈히 넘었지. 회사 복지도 좋았고. 근데 주변이 주택단지로 바뀌니까 그룹 차원에서 손을 떼버리더라고.”
신길용(70)씨 목소리에선 청춘을 바친 일터의 좋았던 옛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그는 1973년 삼양중기에 입사해 36년을 근무하고 2008년에 정년퇴직했다. 삼양중기는 경인철도와 옛 경인로 옆에 형성된 소사공단에서 가장 큰 기계공장이었다. 신씨는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공장에서 만든 기계가 한국일보사와 해태제과 같은 큰 기업들에 납품됐다”고 자랑스럽게 회고했다.
소사공단은 기계 설비를 만드는 공장들이 밀집해 있었다. 여기서 생산된 기계는 가깝게는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서울 영등포산업단지부터 멀리는 남동임해공업지역까지 팔려나갔다. 국내 제조업의 핵심 지역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단은 2000년대 들어 사양기를 맞기 시작했다. 쇠를 깎는 기계음은 잦아들고 공단 주변에는 아파트 등 주거 시설이 들어섰다. 삼양중기와 함께 소사공단을 이끌던 신한주철은 1990년대 후반, 서울주철은 2007년께 문을 닫았다. 공장 터는 모두 아파트단지로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삼양중기도 10월부터 철거에 들어간다. 공장 부지와 주변에 아파트단지를 짓는 사업은 4개월 전 경기 부천시 건축위원회를 통과했다.
삼양중기는 1970년 ‘이천물산 주물공장’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뒤 삼양그룹에 팔렸다. 2009년 삼양엔텍으로 사명이 바뀌었다가 2014년 삼양홀딩스에 흡수합병됐다. ‘삼양홀딩스 부천사업소’가 현재 삼양중기의 법적 명칭이다.
소사공단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장이다 보니 주변에는 삼양중기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도 많았다. 이날 삼양중기 인근 공장에서 기계 작업을 하던 김창진(71)씨는 “삼양중기가 한창 가동할 때는 주철 납품 공장이 인근에 수십개가 있었다. 삼양중기가 문 닫고 나서 그런 공장들도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2018년 가동을 멈췄지만 지금도 삼양중기에는 기계설계를 맡았던 사무동, 거푸집을 만드는 목형공장, 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부품을 만들던 주물공장, 가공된 부품으로 기계를 조립하던 기계공장 등 주요 시설물은 그대로 남아 있다. 지역의 산업·문화 유산을 기록해온 김은희 작가는 “기계 제작에 관한 모든 공정이 이뤄지다 보니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기계가 많았다”며 “주물공장에는 소련에서 사용했던 대형 기계 장비가 있었는데, 당시 함께 작업하던 기계 전문가들은 보존을 원했지만 워낙 커서 한국에서는 보관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고철로 팔려나갔다”며 아쉬워했다. 당시 사무동에선 기계설계 도면만 수만장이 나왔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건물과 기계의 각 설계도 등을 지역 산업 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갈수록 힘이 실린다. 하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부천시는 미온적이다. 부천시 문화산업전략과 쪽은 “(산업 유산) 연구자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산업과 연관된 문제이니 기업 담당 부서에서 도맡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와 해당 사업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업지원과 쪽은 “설계 도면 보관 공간을 부천시가 마련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한 사실은 있지만, 사업 자체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천시 안에서 부서 간에 지루한 밀고 당기기만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김 작가는 “철거 작업이 시작되면 설계 도면도 보존이 어렵다. 삼양 쪽은 부천시에 충분히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부천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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