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겟돈' 처럼 소행성에 우주선 '쾅'..천체 궤도 바꾼 인류 첫 실험

김인한 기자 2022. 9. 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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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다트(DART) 임무 성공. /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인류가 천체의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다. 마치 영화 '아마겟돈' 처럼 지구로부터 약 1100만㎞ 떨어진 소행성에 우주선을 직접 충돌시켜 궤도를 미세조정하는 실험이다. 이는 인류사에서 생물 멸종에 영향을 미쳤던 소행성의 지구 충돌을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기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7일 오전 8시 14분(한국시각) '다트'(DART) 우주선을 소행성 '디모포스'(Dimorphos)에 정확히 충돌시켰다고 밝혔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다트는 행성 방어에 성공했으며 SF(공상과학 영화)를 과학적 사실로 바꿔 지구를 보호하는 한 가지 방법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왜 하필 1100만㎞ 디모포스가 표적?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다트 우주선이 충돌 직전 촬영한 소행성 디모포스(Dimorphos). /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다트는 '쌍 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을 의미한다. 쌍 소행성은 디디모스(Didymos·지름 약 780m)와 디모포스(지름 약 160m)다. 디디모스가 중심에 있고 그 주변을 디모포스가 11시간 55분마다 한바퀴씩 돌고 있다.

NASA와 이번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해온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APL)는 2018년 8월 두 개의 소행성을 실험 대상으로 결정했다.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은 아니었지만, 먼 거리로 인해 지구 피해가 없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충돌 장면 관측에 용이했기 때문에 디모포스를 선택했다.

쌍 소행성을 지구에서 바라보면, 디모포스가 궤도를 돌면서 주기적으로 디디모스의 앞과 뒤를 지나간다. 이처럼 디모포스와 디디모스가 중첩될 때 빛이 줄어든다. 디모포스의 공전 궤도는 11시간 55분이지만, NASA는 충돌 직후 공전주기가 변하면서 빛이 줄어드는 시기도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대로면 공전주기는 약 10분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우주선, 충돌했는데 신호 포착이 가능하다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다트(DART)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포스에 충돌하는 직전의 모습. 충돌 직후 신호가 끊겨 빨간색 영상이 나온다. / 영상=미국항공우주국(NASA)

NASA에 따르면 다트 우주선은 시속 2만2530㎞까지 속도를 끌어올려 디모포스에 충돌했다. 우주선과 충돌 직전까지 신호를 주고받다가 충돌 이후부터 '통신두절'을 확인하면서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앞서 다트는 지난해 11월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이후 약 10개월간 소행성을 향해 날아갔고, 충돌 4시간 전부터 자율주행했다. 특히 다트에 탑재된 드라코(DRACO) 카메라가 충돌 직전까지 디모포스에 근접해 촬영했고, 이를 지구에 전송했다.

DART 우주선의 충돌 이후 상황은 충돌 3분 뒤 현장 55㎞ 상공을 지나는 이탈리아 우주국의 초소형위성 '리시아큐브'(LICIACube)가 촬영해 향후 지구로 전송한다. 이 위성들은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와 약 1000㎞의 거리를 두고 뒤따라왔다.

세계 각국에서 디모포스와 다트 우주선 충돌 장면과 그 이후를 관측한다. 이번 임무에는 천문연구원도 참여한다. 보현산·소백산 천문대 망원경, 미국 애리조나주 레몬산 천문대 망원경,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Net) 망원경을 활용해 디모포스 궤도 변화를 조사한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은 2년 뒤 탐사선을 발사해 2026년부터 디디모스와 디모포스 궤도에 도착해 충돌구 크기와 분출량, 궤도 변화 등을 정밀 관측할 예정이다.
정말로 소행성이 지구 위협?

영화 돈룩업(Don't Look Up) 사진. 혜성이 지구로 날아와 인류가 피해를 보는 줄거리. / 사진=뉴스1

다트 임무는 '현실판 아마겟돈' 실험으로 미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 사전실험이다. 영화 아마겟돈은 NASA 연구진이 지구에 소행성이 날아오는 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핵탄두로 폭파한다. 하지만 다트 임무는 우주선을 원하는 지점에서 충돌시키는 더 난이도 높은 임무를 수행해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구와 750만㎞보다 가깝고 지름이 140m보다 큰 소행성을 '지구 위협 소행성'이라 부른다. 현재 2000여개 이상이 발견됐다. 충돌시 생물의 멸종을 초래할 수 있는 크기 1㎞ 이상인 소행성은 95% 이상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크기가 그 이하일 경우 예측이 어렵다.

실제로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한 운석은 약 20m 크기로 추정됐는데, 공중 폭발에도 건물 수백 채가 파손되고 1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초래했다. 운석은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이 크기나 물성 때문에 대기권에서 타 버리지 않고 지상으로 추락하는 암석이다.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대폭발을 일으킨 운석의 크기는 최소 50m 이상으로 알려졌는데, 서울시 면적의 3배가 넘는 지역이 초토화됐다. 또 6600만년 전 백악기 말기에 현재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에 소행성이 떨어져 공룡이 멸종한 것도 정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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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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