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마음의 장기' 심장

2022. 9. 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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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북병원장

심장(心臟)은 마음과 장기라는 두 글자가 합쳐진 단어이다. 특히 마음(心)은 심장의 모양과 혈관을 의미하는 점이 합쳐진 글자이다. 고대 은나라 주왕은 심장이 하늘의 기(氣)와 통하고 신이 머무르는 곳이라고 했다. 또 순자는 감각기관을 신하로, 마음을 왕(천군)으로 보아 심장을 특별히 귀중하게 여겼다.

영어 단어인 heart는 북부 유럽의 튜튼족의 언어인 herton에서 유래됐으며 심장이라는 장기와 감정 특히 사랑의 마음이라는 의미를 같이 가지고 있다. 심장을 의미하는 다른 영어 단어인 cardia는 영혼이 깃든 장소라는 kardia에서 유래됐다. 또한 믿는다는 의미의 believing의 어원인 라틴어의 credo는 '나의 심장을 바친다'는 의미로 깊은 차원의 충성을 의미한다. 즉, 믿음, 소망, 사랑을 얘기할 때의 믿음처럼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강한 믿음을 credo라고 한다. 이슬람에서도 심장은 신의 영감을 받는 객관적인 장기로서 마호메트는 자신의 심장에 무엇인가 새겨지는 느낌을 받고 심장이 신의 말씀을 전달하는 채널임을 알았으며, 그가 죽을 때 천사가 그의 심장을 꺼내 깨끗하게 했다고 한다.

인류 최초의 문명으로 알려진 기원전 5500년 전의 '수메르'에는 구전으로 전해오던 신화와 전설을 기록한 '길가메시 서사시'가 있다. 여기서 강력한 왕인 길가메시가 문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엔키두와의 싸움을 다루는데 심장은 열정을 느끼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 장기로 묘사되고 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친구가 된 두 사람도 서로 심장이 통하는 사이가 된다.

이런 생각은 고대 이집트에도 이어져 심장은 영혼을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미이라를 만들 때 모든 장기를 꺼내서 단지 속에 넣은 다음 시신 곁에 단지를 놓았지만 심장만은 방부 처리를 한 다음 다시 몸 속에 넣었다. 태양신을 숭배하는 이집트인들은 태양과 연결된 심장을 통해서 신의 음성을 듣는다고 생각했기에 동양과 마찬가지로 맥박을 짚는 것을 중요시했다. 이는 중국인들이 심장을 화(火)로 표현한 것과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현대에서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수의 나라에서 생명이 끝난 시기를 뇌기능이 정지된 시점이 아닌 심장이 멈춘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심장이 멈춘 후 4분 이상이 지나면 심각한 뇌손상이 오지만 사고(思考)를 하는 대뇌가 파괴된 이후에도 심장은 뛸 수가 있기 때문에 뇌사와 심장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매우 드물게 있다. 일단 심장이 멈추면 각 장기의 손상이 시작되지만 뇌사 상태에서는 심장은 정상 기능을 하기 때문에 손상되지 않은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어서 장기이식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심장은 온 몸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여서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들어온 다음 폐로 가서 산소를 공급받은 혈액을 받아 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공급하는 펌프 역할을 하는 장기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심장을 마음 혹은 정신이 깃든 곳으로 오랜 세월 믿어왔을까. 그 것은 심장에 자율신경이 풍부하게 분포하기 때문이다. 흥분하면 맥박이 빨라지면서 혈압이 오르게 된다. 특히 심할 때는 맥박이 불규칙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분노가 심해지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얼굴이 벌개지지만 극도로 충격을 받으면 반대로 혈관이 수축하면서 얼굴이 하얗게 된다. 위기에 처했을 때는 일반적으로 교감신경이 증가하면서 혈압과 맥박이 증가하여 몸에 최대한으로 많은 혈액을 공급하게 된다.

즉, 심리 상태에 따라 신속하게 심장이 반응하고 그 반응을 우리가 쉽게 느끼므로 심장이 곧 마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영혼이 깃들어 있는 장기라고 믿게 된 것이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심장이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는 장기라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됐다. 그렇지만 감정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느낄 수 있는 장기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의 심장의 온도는 동일하지만 사람을 표현할 때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 또는 심장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표현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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