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울렛 참사에도..대형쇼핑몰 하역장엔 여전히 빼곡한 '종이 박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김정훈 기자 2022. 9. 2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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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인천의 한 백화점 지하 주차장 하역장에 판매용으로 입고된 각종 상자들이 가득차 있다. |박준철 기자

지난 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당시 지하 하역장에 있던 각종 적재물이 유독성 연기를 내뿜어 지하공간에 있던 작업자들이 제대로 대피하지 못한 채 7명이나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국의 대형 쇼핑몰들은 여전히 지하 주차장과 연결된 하역장에 각종 판매용 상자 등을 쌓아놓고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2의 대전 아울렛 사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7일 인천광역시의 A백화점 지하 2층 주차장. 주차장 한켠 하역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은 옷·신발 등을 담은 상자가 가득했다. 상품 상자들은 천장을 닿을 정도였다. 비좁은 통로 사이로 직원들은 상자를 고르고, 나르느라 분주했다. 주차장과 하역장을 분리한 펜스 밖에도 판매를 앞둔 상자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한 시민은 “오랫동안 A백화점을 이용했는데, 지하 2층에는 늘 옷 상자가 쌓여 있었다”며 “대전 아울렛처럼 화재가 발생하면 큰 피해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A백화점 관계자는 “옷 상자가 쌓여 있는 곳은 창고·하역장으로 허가를 받았고, 소화기와 스프링클러도 설치됐다”며 “지난 6월 소방점검을 받았고, 화재 예방을 위해 주변에 관리자도 별도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의 B백화점 지하 1층 하역장도 상자 등 적재물로 가득했다. 지하 1층은 주차장이 아닌 상·하차 등 배송 차량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지만 5~6층 높이로 상품 상자 수백 개가 방치돼 있었다. 각종 물품 배송 차량들은 쉴새 없이 드나들며 물품을 내려놓기 바쁘지만, 방치된 물품을 매장이나 창고로 옮기는 직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배송 차량 통로를 제외한 대부분 공간은 상자 등 적치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광주광역시의 C백화점도 지하 1층 주차장 한쪽을 하역장으로 지정해 활용하고 있었지만,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물건 상자들이 주차 공간 일부까지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곳곳에 갖춰져야 할 소방시설은 눈에 띄지 않고, 직원이 아닌 일반인도 출입이 가능해 안전사고 가능성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경상남도의 D아울렛도 위험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하 1층에 물건 상자가 가득 쌓여 있고, 지하 2층 주차장 한 켠에도 상자가 있었다.

백화점과 아울렛 등 대형 쇼핑몰 지하는 밀폐된 공간으로 불에 잘 타는 옷 상자 등이 가득해 화재가 발생하면 불이 금방 옮겨붙고, 유독가스가 가득해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센터 특성상 물품 반입이 많고, 각 매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 물품을 옮기다 보니 불가피하게 쌓아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신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주차장과 하역장은 용도가 각각 다르다”며 “주차장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하역장으로 옮겨붙지 못하도록 하고, 화재 위험이 높은 하역장에서 난 불이 주차장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이종용도 방화구획’을 설치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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