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음 커지는 韓경제] 4대 경제지표 빨간불보다 무서운 '위기극복 리더십' 부재

김동준 2022. 9. 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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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초보 외교·국회 내로남불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高 가중
주력상품 침체 등 수출전선 암운
내년초까지 위기..정치권 정쟁만

"시장은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봅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각국 화폐가치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 금융시장마저 휘청거리는 상황을 두고 나온 말이다. 이런 공포감은 우리나라 경제로까지 전이되고 있다. 경기를 선반영하는 주식시장에선 코스피지수가 27일 장중 2200선을 밑돌았다. 증권가에선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낮춰잡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며 과도한 우려에 경계심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정부와 협력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야 할 국회는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놓고 정쟁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당장 내달부터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예년과 마찬가지로 기업인들이 대거 감사장 증인석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는 '추락' 기업실적은 '하향'=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92포인트(0.13%)오른 2223.86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199.79까지 밀리며 22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2020년 7월 24일 이후 2년 2개월여 만이다. 코스닥지수(698.11)도 700선 아래에서 마감했다. 장중에는 681.59까지 떨어지며 연저점도 경신했다.

이달 초부터 장 마감 이후 코스피지수에 빨간불이 들어온 건 5거래일뿐이다. 주식시장이 '베어 마켓'(약세장)으로 돌아선 주 요인은 외국인의 이탈이다. 지난 1일~22일 사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팔아치운 금액(순매도)만 1조9247억원에 달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과 7월에 이어 이달까지 3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후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서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관련 기업의 수익성도 나빠질 것으로 예측된다. 증권사들은 앞선 1·2분기에 14조원대였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분기 11조원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에서 수요 부진 등으로 반도체 평균 판매단가(ASP) 하락 폭이 예상보다 컸다"고 전했다.

반도체 수요가 둔화하자 수출전선에서도 경고음이 들린다. 올해 1~8월 누적 무역적자는 247억2000만달러로, 66년만에 최대다.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26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가격 하락은 세계적인 수요 둔화 움직임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단기적인 위협요인으로 지목됐다.

◇금리 오르는데…가계부채 어쩌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부채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고물가 상황에서 통화당국의 적극적인 금리 대응(기준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말 한 방송에 출연해 "물가를 잡고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대출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며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심각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과 관계없이 미국은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릴 태세다. 연준은 이미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중위값을 연 4.4%, 내년은 연 4.6%로 제시했다. 주요 금융기관들의 전망(올해 연 4.25%·내년 연 4.5%)보다 높은 수치다. 내년 상반기까진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과 고금리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연준이 매파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에선 '경착륙'을 우려하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곳곳에서 경제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정부와 국회는 안일한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정작 정부가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려오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정부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도 말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한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스와프를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가 되는 상황에서 원화가 절하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정치권은 민생은 아랑곳 없이 정쟁에만 열중이다. 여아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제기된 비속어 관련 논란으로 연일 말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국감 역시 예년처럼 각 상임위원회별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기업 관련 인사를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기업인들은 국회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고 본연의 경영활동 대신 국감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처지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위기를 여러차례 경험했는데, 그때마다 건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아무것도 안한 다음에 위기가 발생했다"며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가시적인 대응방안을 내놓을 때"라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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