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의무화 해제, 그 너머

한겨레 2022. 9. 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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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에서 한 학생이 마스크를 벗은 채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지나가는 버스 안 마스크 착용 승객과 대조를 이룬다. 연합뉴스

[세상읽기] 장영욱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 26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전면 해제돼 이제 실내 마스크만 남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대부분은 이미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규제를 풀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은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자율로 바뀌었고, 독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은 의료시설이나 대중교통 등 제한된 장소 외엔 마스크 착용이 더 이상 의무가 아니다.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는 실외 마스크 의무화 전면 해제를 권고하면서도 실내 마스크에 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위원 대부분 의무 해제 필요성에 공감하나 지금이 적기인지, 해제 이후 충분한 준비가 이뤄졌는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 역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는 조금 더 미루기로 했다.

대부분의 방역 조치가 해제되는 가운데 유독 마스크만 끝까지 남은 이유는 마스크의 비용 대비 효과 때문이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마스크는 코로나19 전파 차단에 효과가 있다. 착용 때 불편감, 피부 트러블, 소통 장애 등 비용이 있지만, 코로나19가 생명 및 생계에 미쳤던 영향을 생각하면 감수할 만한 수준이었다. 영업 금지나 모임인원 제한처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않기에 마스크 의무화 해제의 긴급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인구 상당수가 오미크론에 감염되면서 마스크의 추가적인 유익이 예전만큼 크지 않게 됐다. 최근 대규모 항체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97%가 코로나19 항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58%가 자연감염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대부분이 백신 접종과 감염으로 항체를 보유하게 되면서 코로나19 재유행이 중대한 사회적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작아졌다.

반면에 마스크 착용 비용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교육 일선과 학계에선 마스크의 장기 착용이 아동의 언어 및 감정인지 능력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한다. 청각장애나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마스크 때문에 장기간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소득층의 마스크 구매 비용 부담과 폐마스크로 인한 환경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추가적 이익이 적은데 비용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전 국민 마스크 의무화는 정당성을 잃는다. 따라서 실내 마스크 의무 규정도 조만간 해제가 필요하다.

다만 의무화 해제가 마스크 자율 착용 필요성까지 없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질병이며 고령자, 기저질환자, 입원환자, 시설입소자들에겐 마스크 착용의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 또한 유증상자의 경우 추가 전파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대중교통처럼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당분간 필요할 수 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마스크를 계속 쓰는 게 좋은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의무 규정이 사라진 뒤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때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도 준비돼야 한다. 학교나 돌봄시설, 서비스업 영업장 등 이미 마스크 착용이 익숙해진 장소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의무·권고·허용·비권고 조건이 상세하게 제공돼야 한다. 가용한 최선의 근거를 수집해 지침을 마련하는 건 물론 정부의 몫이다.

사실 마스크 의무화 해제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팬데믹 기간 중 허용됐던 각종 긴급조치들은 질병의 위험이 낮아지고 우리의 대응 역량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존속할 이유가 사라졌다. 입국자 전수검사, 요양병원 대면면회 금지, 확진자 격리 의무 등 남아 있는 조치들도 차차 정리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인류 곁에 남아서 일으킬 건강상의 위해와, 또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새로운 감염병 위기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각종 의무규정 해제와 무관하게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의 구축’을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실내 환기시스템 정비, 밀집도 완화 등 환경 개선, 아프면 쉴 수 있는 제도 및 인식의 정착, 감염병 취약계층 지원 정책 등 남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에 대한 찬반 논의를 넘어, 규정이 사라진 뒤에도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안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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