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요인 여전한데" 잇단 정부 '공개 경고'에 식품업계 난감

김혜경 2022. 9. 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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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농식품부, 27일 CJ제일제당 등 6개 식품사와 간담회
정부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인상 요인 사라지지 않았다" 입장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빵가루가 진열돼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이달부터 프리믹스류 4종과 조리냉동류 8종, 냉동빵류 4종과 디저트류 1종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바삭한 빵가루' 1kg을 2960원에서 3120원으로 5.4% 인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식당들의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22.09.1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정부가 주요 식품 제조 업체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업체들은 "인상 요인이 여전하다"며 난감한 표정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삼양식품,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등 6개사 식품 제조 업체 임원진과 물가 안정 간담회를 열고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제품가 인상을 최소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19일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식품 업계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도 지난 23일 제9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최근의 곡물 가격 안정세 등을 감안해 업계에서도 가격 인상 최소화 등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전 세계적 유가·곡물가격 안정과 함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공 식품은 여전히 7~8%대 높은 상승세를 지속 중"이라며 식품 기업의 역할을 주문했다.

간담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다만 참석 기업들은 일단 정부 측 입장을 대체로 경청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측은 치솟는 환율 부담과 인건비, 가공비 등 제반 비용 상승이 계속되면서 식품 기업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상반기에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한 기업들은 하반기에 가격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식품 기업들은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난감해 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인상 요인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정부의 요청이 있으니 고민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에서 으름장을 놓으면 가격 인상에 대해 주저하게 되고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러나 식품사 전체적으로 봤을 때 원가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마다 경영 효율화로 원가 압박을 감내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을 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원가 압박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부에서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미 가격을 올린 곳 보다 상황을 주시하며 자체적으로 어려움을 감내하며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기업이 오히려 난감해진 상황"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농심과 오뚜기·팔도 등 주요 라면 업체들이 최근 가격 인상에 나설 때 '나홀로' 라면값을 올리지 않은 삼양식품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가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을 하면 신경을 안 쓸 수 없다"며 "올 하반기 라면 가격 인상 여부는 고심 중"이라고 했다.

이미 가격 인상을 발표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대상 관계자는 "추가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 요청에 따라 올 하반기 가격 인상은 자제할 것"이라면서도 "오는 10월1일부로 종가집 김치 가격을 인상하는 부분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대상은 배추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오는 10월1일부로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하기로 했다. 대상은 올 상반기에도 김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거쳐 음료와 소주 가격 등을 올린 롯데칠성음료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와 12월에 음료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소주의 경우 올해 상반기 가격을 올렸다. 다만 클라우드 맥주는 아직 인상하지 않았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맥아 등 원료 가격이 오르고 지난 4월 주세 가격 인상으로 맥주 가격 인상 요인이 있지만, 클라우드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맥주의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은 3%대로, 일각에선 클라우드의 가격 동결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다음달 열리는 국정감사에 식품 기업 등의 임원을 증인으로 부른다.

농식품부 국감에는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 박민규 오리온농협 대표, 박상규 농심미분 대표, 황성만 오뚜기 대표, 황종현 SPC삼립 대표 등 주요 식품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국감에서는 제품 가격을 과도하게 올린 것 아니냐는 질의가 오갈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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