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는 추격 아닌 개척이 목표.. 경로 유연하게 바꿔야"
목표·경로 유연성 확보는 필수
이제는 안 가본 길 만들어가야"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지금까지는 앞서가는 나라와 그들이 정한 기술스펙을 쫓아가면 됐지만 이제는 우리가 안 가본 길을 만들며 가야 한다. 잘 하던 R&D도 중간중간 목표와 경로를 유연하게 바꿔야 하는 이유다."
주영창(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지금까지는 과학기술이 산업적 의미가 컸지만 이제 안보와 직결된다. 꼭 필요한 기술은 안보 차원에서라도 끝까지 개발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임무중심 R&D 혁신전략을 마련하고 국가R&D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기혁신본부는 2023년 30조원을 처음 돌파하는 국가R&D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전체 정부부처 R&D 예산 배분·조정이 주된 임무로, 과기정통부 안에 있지만 부처와 독립된 역할을 한다.
혁신본부는 최근 국가R&D사업의 예타 대상 기준을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높이는 한편 예타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R&D사업 예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일정조건을 갖춘 사업은 예타 기간을 현 7개월에서 4.5개월로 단축하고, 대형·장기사업의 경우 사업계획의 중간 변경을 허용하는 게 골자다. 또 꼭 해야 하는 연구는 사업기획이 다소 모호해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앞으로의 R&D는 목표와 임무가 주어졌을 뿐, 구체적인 경로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 본부장은 "과학기술이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는 '임무중심 R&D'로의 대전환과 그에 걸맞은 'R&D 투자 체계'가 필수"라면서 "예를 들어 기존 R&D가 누리호에 쓰이는 철강 강도를 특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임무중심 R&D에서는 누리호에 철을 사용하든, 알루미늄이나 다른 재료를 쓰든 관계없이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리는 것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발사체 재료를 테스트하고 그 중 될 법한 재료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또 예상 못한 신기술이 나오면 이를 신속하게 검증해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야 한다. R&D와 예타제도가 훨씬 애자일하고 유연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산업계에서는 작은 실험과 시도를 발빠르게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큰 실패를 줄이고 성공경험을 쌓아가는 애자일 기법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R&D 예타 조사기간도 12개월에서 7.4개월로 줄인 데 이어 일정조건을 갖추면 4.5개월까지 단축했다.
이미 진행 중인 R&D 사업의 계획을 중간에 변경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유연성 확보 전략의 일환이다. 사업계획을 수립할 당시에 비해 환경이 달라지거나 없던 신기술이 등장할 경우 과감하게 계획을 바꾸도록 하는 것. 달라진 제도는 4분기 신청하는 사업부터 적용된다. 예타 대상으로 선정되면 조사를 거쳐 2024년 예산 사업부터 반영된다.
주 본부장은 "그 전에는 10년 목표를 세우면 환경변화에 상관 없이 끝까지 투자했지만 달라진 제도 하에서는 사업계획을 바꿀 수 있으니 불필요한 재정낭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도 정부R&D 예산은 올해 29조8000억원에서 내년 9000억원 늘어나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양자 등 국가전략기술과 탄소중립, 디지털전환 분야에 투자가 집중된다. 정부는 10월중 '10+α 국가전략기술'과 세부 중점기술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R&D 로드맵을 수립해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탄소중립도 16개 분야에 대해 기술혁신 로드맵을 연말까지 수립한다.
주 본부장은 "과학기술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에 R&D 유연성 확보는 힘들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서 "11월까지 시행령을 만들고 달라진 제도를 현장에 제대로 안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 본부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 학·석사, 미 MIT공대 재료공학 박사를 거쳐 미 AMD 선임엔지니어,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을 거쳐 지난 5월 과기혁신본부장(차관급)에 선임됐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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