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키커' 손흥민의 오른발도 특별하다

이정호 기자 2022. 9. 2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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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30·토트넘)은 태극마크를 달면 새로운 무기를 더한다. 올해 프리킥으로만 벌써 3골을 넣을 정도로 프리키커로서 강력한 오른발을 뽐내고 있다. 지난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에서 1-2로 끌려가던 후반 41분 프리킥으로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페널티지역 아크 왼쪽 부근에서 잡은 프리킥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3골 모두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성공시켜 이 위치에서 만큼은 그야말로 ‘스페셜리스트’다.

손흥민의 프리킥은 특별하다. 기존 키커들과는 ‘조준’부터 다르다. 골문 정면 페널티 지역 바로 바깥에서 얻는 프리킥 거리는 약 16~20m 정도다. 일반적으로 키커들은 이 정도 짧은 프리킥에서 공에 스핀을 줘 수비벽을 넘겨 골문을 노린다. 코스타리카전 같은 프리킥 위치와 수비벽이라면 벽 왼쪽 1·2번 선수의 머리를 넘기는 쪽을 공략하는 패턴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수비벽 빈틈을 향해 때려 골망을 흔들었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누구나 시도하고 싶어 하지만 하기 어려운 기술적으로 어려운 슈팅”이라고 했다. 페널티킥(11m)보다 5m 이상 뒤로 물러나 때리는 만큼 약 0.6초 사이에 반응하는 골키퍼의 감각과 스피드, 손을 피하려면 더 강력하고 정교해야 한다.

코스타리카전 프리킥 골은 힘과 정확성이 겸비돼 가능했다.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을 빠르게 찌르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에 오른쪽으로 조금 치우쳐 있던 골키퍼도 꼼짝없이 볼의 궤적만 쳐다봐야 했다. 손흥민은 지난 6월6일 칠레와의 평가전에서도 비슷한 위치에서 똑같은 슈팅으로 골키퍼를 허수아비로 만든 경험이 있다. ‘손흥민 존’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상대팀이 손흥민의 슈팅을 집중 경계하면 다른 키커쪽으로 좋은 각도가 나올 수도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현역 시절 대표팀 전담 키커로 활약했던 하석주 아주대 감독 역시 엄지를 들었다. 강력한 슈팅을 날릴 수 있는 발, 발목의 특별한 힘을 동력으로 이야기했다. 빼어난 볼 컨트롤에 스핀을 더한 킥 능력으로 1997년 국대에서만 세트피스로 2골 6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던 하 감독은 “손흥민은 나나 이천수, 고종수같은 역대 대표팀 프리키커와는 다른 유형”이라며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도 16~25m 거리에서 파워풀한 중거리 슈팅을 날리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슈팅을 날릴 수 있는 힘이 그대로 프리킥에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전문가 모두 어린 시절 매일 1000번 이상 때리며 갈고 닦았던 손흥민의 킥 테크닉이 동반돼 가능한 슈팅이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짚었다. 하 감독은 여기에 “어린 나이부터 해외에서 뛰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잔디 적응력도 슈팅에 강점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프리킥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는 벤투호의 주 공격루트로 자리잡았다. 하 감독은 “손흥민의 프리킥이 점차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속팀에서도 전담 키커로 나선다면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경험상 프리킥이란게 넣으면 넣을수록 자신감이 커진다.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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