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놀토'도 다른 세상 얘기..편리함 이면의 배달 노동자

김지숙 2022. 9. 27. 18: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도 택배 시키신 분들, 많이 계시죠?

하루만에 택배가 도착하는가 하면, 자고 일어나면 물건을 바로 집 앞까지 가져다주기도 하죠.

참 빠르고 편리한데, 과연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산업과학부 김지숙 기자와 배송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택배 노동자들 이야기부터 해보죠.

바로 얼마 전 추석이었잖아요.

그래서 특히 택배 노동자들 참 바빴을 것 같은데 평소에는 좀 어떤가요, 최근 실태가 조사됐다면서요?

[기자]

택배 노동자 2백여 명을 설문조사 한 내용인데요.

우선 일주일에 며칠 일하는지 물었더니 대부분, 97%가 일주일에 6일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이게 평시 이야기고요.

추석 같은 성수기엔 어떠냐, 주6일 비중이 조금 적어지고 주7일 비중이 늘어났죠.

하루도 못 쉬고 일한다는 응답이 15%나 됐습니다.

최근엔 몇몇 기업들 대상으로 주4일제, 주4.5일제 시행한다는 소식 많이 들려오는데요.

택배 노동자들 입장에선 노는 금요일, '놀금'은 커녕 '놀토'도 아직까지 딴 세상 이야기인 거죠.

[앵커]

휴일은 적지만, 혹시 노동 강도는 어떤가요?

중간에 좀 쉴 수는 있겠죠?

[기자]

저희가 실제로 추석 성수기 때 택배 노동자 한 분을 동행 취재했는데요.

아침 8시쯤부터 차에 짐을 한가득 실어서 배송하는 모습 보이시죠.

그런데 이 분이 저희 취재팀하고 헤어진 뒤 오후에 사진을 한 장 보냈어요.

오후에 배송 물량이 이만큼 더 나왔다, 대부분 신선 식품이라 당일 배송해야 한다고요.

"좋은 병실에 입원하려고 일하는 거 아닌데"란 말이 눈에 띄죠.

이렇다보니 실제 조사에서도 평일 평균 노동 시간을 물어봤더니, 8시간이상 10시간 미만이 33% 가량으로 가장 많았는데, 평균 휴식 시간은 30분도 채 안 된다고 한 사람이 42% 가량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앵커]

지난해에 과로 막자면서 사회적 합의도 했는데 그래도 나아진 건 없나요?

[기자]

사회적 합의의 핵심은 분류 인력을 따로 투입해서 아침 일찍부터 나와 분류 작업 안 해도 되게 하는 것, 그러니까 배송만 하게 하는 거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현장에 분류 인력이 투입돼 있습니다.

그런데 근무 일수 자체를 갑자기 줄이기 어려운 건, 택배 노동자들은 '특고'로 흔히 알려진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입니다.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배송 건수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입니다.

배송 수수료가 그대로인데 근무 일수만 줄이면 자신들의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구조인 겁니다.

택배 업체간 경쟁 때문에 수수료를 많이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고요.

[앵커]

여러 구조적 문제가 있군요.

이렇게 과로하다보면 건강이 걱정되는데요.

아플 때에는 쉴 수 있나요?

[기자]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배송 노동자들은 법적으론 개인사업자처럼 취급되기 때문에, 연차나 병가 같은 유급 휴가가 없거든요.

이번에 취재를 하면서 대형마트에서 새벽 배송을 하는 노동자를 만나봤는데요.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주6일 일하는 분입니다.

일하다 어깨와 목을 다쳤는데, 병원에서 수술을 권했지만 포기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쉬게 되면 그동안 배정된 물량을 대신 배송해주는 용차 비용을 직접 내야 했기 때문인데요.

이 노동자가 치료를 받거나 아파서 못 나간 기간의 용차비를 계산해봤습니다.

하루에 많으면 30만 원 가량을 내고 쉬어야 하는데, 다 더해봤더니 130만 원, 한 달 월급의 4분의 1 가량이었습니다.

[김○○/대형마트 새벽 배송 노동자/음성변조 : "다른 건 모르겠고 주 5일제 근무와 빨간 날 휴무. 아프면 유급 휴무를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빠른 배송 서비스, 정말 편리하지만 이 편리함 뒤엔 하루도 못 쉬고 일해야 하는 배송 노동자들이 있는 거네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사실 특고들은 많은 부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다보니 법으로 각종 권리를 보호해줘야 하지 않냔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미 특고의 휴일과 연차휴가를 보장해야 된다, 또 이들을 보호할 법이 없으니까 법을 따로 새로 만들어라, 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는데요.

이걸 2012년, 무려 10년 전에 권고했는데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특고를 포함해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법이 필요하단 건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거든요.

이번 정부에서 움직임이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김지혜 최창준

김지숙 기자 (vox@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