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5번째 만기연장..'141조 폭탄' 금융사에 또 떠넘겼다

이인혁/박상용 2022. 9. 2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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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출 만기 3년 연장
일괄 연장 아닌 자율협약
57만여명 상환능력 회복 지원
17조 상환유예는 내년 9월까지
금융사·차주간 협의 거쳐 결정
채무조정은 '새출발기금' 이용
"부실폭탄 돌리기" 비판도
은행대출 연체율 낮지만 '착시'
금융사의 부실 파악도 어려워
지원 끝나면 '빚폭탄' 터질 수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금융 지원 대책에 대한 금융권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달 말 종료하기로 했던 141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상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각각 최대 3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2020년 4월 처음 시행된 이후 다섯 번째 재연장 조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한풀 꺾였지만 예상하지 못한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위기’가 들이닥친 데 따른 고육책이란 평가다. 정부는 새출발기금 같은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투트랙’으로 운영하는 등의 연착륙 지원 방안도 함께 내놨지만 “리스크 이연에 불과하다” “폭탄 돌리기” 등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예 차주, 상환 플랜 마련해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종료하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해 금융권 부실 전이 등의 시스템 리스크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연장 배경을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1~4차 재연장과 달리 근본적 상환능력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그동안 일괄적으로 이뤄진 만기 연장이 금융권 자율협약으로 바뀌는 게 대표적이다. 금융회사와 차주 간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연장 기간을 정하되, 연체 등 거절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2025년 9월까지 만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는 ‘3년 연장’을 일괄 적용하지 않고 대출자가 반복 신청하도록 한 이유에 대해 “금융권이 차주의 변화한 영업상태와 신용도 등을 재평가해 더 정확하게 건전성을 평가하거나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원금 및 이자의 상환 유예 조치도 내년 9월까지 추가로 연장된다. 다만 내년 3월까지 상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차주가 금융사와의 1 대 1 상담을 통해 영업 회복 속도와 대출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의 상환 플랜을 세우도록 할 계획이다. 상환 계획을 짜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졌다면 새출발기금이나 개인사업자119 등을 이용해 채무 조정을 받으면 된다. ‘깜깜이 지원’ 비판을 피하기 위해 금융위가 마련한 장치들이다. 1~4차 때(6개월)와 달리 이번에 만기 연장 기간이 늘어난 것도 다음달 출범하는 새출발기금 운영기간(3년)과 맞췄기 때문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부실 한꺼번에 터질라” 우려도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시행하고 있는 만기 연장 등의 조치가 최대 5년 넘게 이어지면서 잠재 부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많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57만여 명(141조원)의 차주가 만기 연장 등의 조치를 이용하고 있다. 만기 연장이 124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원금 유예(12조1000억원), 이자 유예(4조6000억원) 순이다. 지금까지 금융권의 누적 만기 연장·상환 유예 지원 규모는 362조4000억원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금리 인상 여파로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소상공인의 채무 상환 능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차주(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이 작년 14.9%에서 올해 말 18.6%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 지원이 끝나는 시기에 정상채권으로 분류된 막대한 대출 부실 폭탄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7월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22%로 작년(0.27%)과 2년 전(0.36%)에 비해 낮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원 조치를 받은 대출이 서류상 정상채권으로 분류된 데 따른 착시현상”이라며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부실을 털고 가야 하는데 이런 착시효과 탓에 실제 부실 리스크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위가 발표한 ‘상환 플랜 마련’ 조치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소상공인은 금융사가 미래 현금흐름을 분석해 상환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영세 자영업자는 매출을 평가할 수 있는 장부기장의 정확성조차 담보하기 어렵다.

이인혁/박상용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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