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급락에 소비마저 '휘청'..1인당 국민총소득 8.1% 추락
국민 60% "하반기 소비 줄여"
한국경제 최후의 버팀목 위기
2008년 후 생산성 둔화 추세
전문가 "외환방어는 대증요법
수출산업 고도화가 근본해법"
秋부총리 "경기위축 선제대응"
◆ 원화값 방어 총력전 (下) ◆
27일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원화 실질실효환율(2010년 기준)은 지난 8월 100.21로 2012년 9월(99.71)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60개 주요국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해 구매력 기준으로 각국 통화의 실질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다른 나라에 비해 구매력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올해 원화값 쇼크에 국민의 지갑은 더 얇아질 전망이다. 이날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2.6%·한국은행)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 전망(2.5%·기획재정부) △총인구(5182만명·유엔 추계) △연평균 원화값(1303원·9월 전경련 500대 수출 기업 설문조사)을 대입해 올해 1인당 GNI를 추산하니 3만2497달러로 1년 새 8.1% 급감할 것으로 분석됐다. 1인당 GNI는 지난해 3만5373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원화값 충격에 1년 만에 3만5000달러 선이 무너질 것으로 관측된다. 1인당 GNI는 경제 성장을 달러로 환산해 국민 생활 수준을 측정한 것이다. 이 지표가 뒷걸음쳤다는 것은 나라 경제가 팍팍해지며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꼭짓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대외 개방경제인 한국은 대부분 자원을 해외에서 사다 쓸 수밖에 없다"며 "1인당 GNI가 꺾인다는 것은 국민이 예전보다 더 많은 달러를 써서 자원을 사와야 한다는 뜻으로 그만큼 구매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화값 하락 등 외환 환경이 불안해도 나라 경제가 튼튼하면 GNI 하락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한국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않은데 생산성까지 감퇴하며 달러 벌어들이는 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2022년 평균 잠재성장률은 2.0% 수준으로 추정됐다. 잠재성장률이 추락하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총요소생산성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경제계 중론이다. 쉽게 말해 아무리 자본과 노동력을 쏟아부어도 기술, 경영 혁신 등이 약해지며 한국 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2000년만 해도 2%씩 늘었던 총요소생산성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1.9%로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0.8%까지 떨어졌다.
성 교수는 "근본적으로 원화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주력 수출 산업 고도화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규제 완화로 총요소생산성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리더스포럼 특별강연에서 "점차 경기 위축 대응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선제적으로 경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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