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인수조건..한화 "승자의 저주 피할것"

한우람,문광민 2022. 9. 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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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2008년 인수 포기때와 5가지 비교
① 몸값 6분의1로 낮아져
② 수주 물량 4년치 확보
③ 인수대금 자본확충에 쓰여
④ 원화값 약세로 수익성 개선
⑤ 특수선 수출 가능성 커져
대우조선 노조는 고용보장 요구

◆ 대우조선 매각 ◆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14년 만에 다시 뛰어들었다는 '깜짝 소식'이 전해지자 결단의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쏠렸다. 일단 대우조선의 낮아진 '몸값'과 조선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판단 그리고 한화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특수선(군함·잠수함) 수출 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결정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낮아진 대우조선 '몸값'이 꼽히고 있다. 2008년 이후 진행된 세 차례 대우조선 매각 절차에서 제기된 몸값을 살펴보면 대우조선 몸값 하락이 급격히 일어났음을 체감할 수 있다.

한화가 처음 대우조선 인수에 도전했던 2008년, 한화가 제시한 KDB산업은행 보유 대우조선 지분 전량 인수가는 6조4000억원이었다. 대우조선은 2008년 기준으로 자기자본 2조원, 매출 11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 이후 6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한화가 인수를 전격 포기했고, 조선업은 이내 수렁에 빠져들었다.

그다음 매각이 진행된 2019년을 보자. 현대중공업의 인수 조건은 2008년보다 대폭 완화됐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조선 분야 중간지주인 한국조선해양이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 전량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산은에 한국조선해양의 2조860억원어치 보통주와 전환우선주를 주기로 합의했다. 대우조선과 한국조선해양 간 주식교환 방식으로 산은이 받는 대가는 9년 전 6조4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올해 대우조선과 한화가 조건부 투자 합의를 통해 도출한 금액은 2019년에서 다시 반 토막이 났다.

산은이 보유 지분을 팔지 않고 한화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2조원을 투입해 신주 지분 49.3%와 경영권을 가져가는 구조다. 산은 보유 주식은 그대로지만 지분율이 희석돼 28.2%로 낮아진다. 유상증자 가격으로 역산한 대우조선 시가총액은 4조570억원으로, 산은 보유 주식의 가치는 약 1조1441억원에 그친다. 산은 지분가치로 환산한 대우조선 매각가는 2008년 6조4000억원, 2019년 2조860억원을 거쳐 2022년 1조1441억원으로 급감한 셈이다. 그만큼 한화로선 가격 측면에서 '승자의 저주'를 피할 여지가 커졌다는 의미다.

또 하나 주목되는 조건은 한화가 이번에 투입하는 2조원 전액이 대우조선 자본확충에 쓰인다는 점이다. 2008년에는 매각대금 중 대우조선 자본확충에 쓰이는 금액은 0원이었다. 2019년 매각 당시에는 현대중공업이 추가로 자금 수혈을 통해 대우조선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는 조건이었다. 인수자인 현대중공업은 산은에 핵심 계열사 한국조선해양의 주요 주주 자리는 보장해주고 자본금 부담을 홀로 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엔 산은이 대우조선 주요 주주로 남아 향후 회생을 위해 협조해야 하는 구조인 동시에 한화 투자금 2조원 전액이 대우조선 자본확충에 쓰인다.

한화는 산은에 사외이사 1명 자리 정도만 양보하는 대신 향후 전폭적인 자금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뿐더러 대우조선 부채비율이 기존 676%에서 295%로 크게 떨어져 재무건전성을 대폭 개선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대우조선 신용등급도 대폭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

대우조선 수주 물량이 2019년 바닥을 찍고 반등한 점도 인수 배경이다. 2019년은 한국 조선업의 공멸 위기감이 컸던 시점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대우조선은 강점을 지닌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중심으로 수주 물량이 대폭 늘었다. 과거와 같은 덤핑 수주를 지양한 까닭에 수주의 질도 개선됐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수주 물량이 3년 반에서 4년치 일감에 해당하는 288억달러(약 41조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선박 수주가 달러화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값 약세, 후판값 상승세 둔화 등도 수익성 개선 속도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수주 물량 중 상당 부분을 미리 환헤지하고는 있지만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이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육상과 항공에 집중된 한화그룹 방산 라인업이 해상으로 확대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현재 국내 특수선 건조 사업은 대부분 대한민국 해군 발주 물량에 의존하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 하지만 한화그룹이 가져가면 특수선 분야에서도 수출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편 이날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이후에도 기존 임직원 고용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대우조선을 한화에 매각하는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장 실사를 방해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상헌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은 "한화는 대우조선을 온전하고도 건실하게 경영하고 지키겠다는 약속, 총고용을 지키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약속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인수와 함께 하청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모두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라"고 덧붙였다.

[한우람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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