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美·유럽서 잇단 낭보..'부활 신호탄' 쏘아 올리나
대웅 보툴리눔 제제 '나보타'
美 2상서 유효성·안전성 확인
HLB 간암 신약 유럽서 큰 관심
"환자 생존기간 획기적 연장"
셀트리온·동아에스티도 성과
항암제 개발사 에이치엘비(HLB)는 지난 9~13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HLB에 따르면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항암제 리보세라닙을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물질 '캄렐리주맙'과 병용 투여한 임상 3상에서 간암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22.1개월에 도달했다. 간암 치료제 역사상 가장 긴 기간이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말기암 치료제는 전체 생존기간을 한 달만 늘려도 성공적"이라며 "22개월에 이르렀다는 것은 대단히 기록적인 성과"라고 평했다.
제넥신도 ESMO에서 고무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자체 개발한 GX-188E와 글로벌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한 임상 1b·2상에서 1차 평가지표인 객관적 반응률이 31.7%로 나온 것이다.
닐 워마 제넥신 대표는 "기존 면역치료제의 제한된 효능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발현 여부와 상관없이 치료를 해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종근당은 항암 이중항체 바이오신약 'CKD-702'의 임상 1상 결과를 최근 ESMO에서 발표했다. CKD-702는 표적항암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이오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약사 동아에스티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이달 보스턴 소재 나스닥 상장사인 미국 의약품 개발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에 1500만달러를 투자해 추가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최대 주주로 등극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수천억 원대 기술 수출 '잭팟'까지 터뜨렸다. 동아에스티는 계약금 2200만달러(약 304억원)를 뉴로보의 전환우선주로 취득하고, 개발 단계 성과에 따른 마일스톤으로 최대 3억1600만달러(약 4365억원) 등을 받게 된다. 바이오 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기업 셀트리온도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K바이오 성과를 낙관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성공적인 임상 성과와 기술 수출 '잭팟'에도 상용화 문턱에서 좌절하는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제약사 한미약품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두 번째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추진한 폐암 신약 포지오티닙은 미국 승인이 불발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FDA 항암제자문위원회가 22일(현지시간) 열린 공청회에서 9대4 표결로 포지오티닙 혜택이 위험보다 크지 않다고 표결한 것이다. 여력이 부족한 국내 업체가 글로벌 업체에 자사 물질을 기술 수출하더라도 상용화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기술 수출 이후 반환되는 사례도 상당하다. 2020~2021년 22조5241억원에 이르는 기술 수출 계약 중 43%에 달하는 9조7470억원어치가 반환됐다.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K바이오 외연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밋빛 전망'만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일종의 '옥석 가리기'가 현재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주연 기자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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