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 '쉿 세리머니'에 흥분한 저스틴 토머스 "그땐 정말 화났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2022. 9. 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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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가 26일 2022 프레지던츠컵 싱글매치 15번홀에서 홀을 비기는 파 퍼트를 넣은 뒤 미국팬을 향해 입을 다물라는 의미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샬럿|AP연합뉴스



“솔직히 그 땐 정말 화가 났었다.”

남자골프 세계 7위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2022 프레지던츠컵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김시우(27)가 경기 막판 갤러리를 향해 날린 ‘쉿 세리머니’ 당시 차올랐던 감정을 털어놓았다.

토머스는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26일 싱글 매치에서 인터내셔널팀의 첫 주자로 나선 김시우와 9번홀까지 2홀차로 앞서는 경기를 하다가 후반에 추격을 허용하고 마지막 홀에서 져 1홀차 역전패를 당했다.

특히 타이 상황의 15번홀(파4)에서 토머스가 먼저 2.7m 파 퍼트를 성공한 후 김시우가 2m 남짓 파 퍼트를 넣고 비긴 뒤 펼친 ‘쉿 세리머니’는 당시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토머스가 쉽지 않은 파 퍼트를 성공한 뒤 크게 세리머니를 펼치고 미국 팬들이 “USA, USA” 연호로 호응하는 부담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퍼트를 넣은 김시우의 당찬 되치기 세리머니였다.

저스틴 토머스가 26일 2022 프레지던츠컵 마지막날 싱글매치 15번홀에서 김시우보다 먼저 파 세이브에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샬럿|AP연합뉴스



김시우가 주먹을 불끈 쥐며 크게 포효한 뒤 검지를 입에 가져다대는 세리머니를 여러차례 반복하는 장면을 16번홀로 이동하면서 뒤돌아본 토머스는 금세 얼굴이 벌개져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시우는 16번홀(파5) 버디로 역전한 뒤 17번홀(파4)에서 토머스의 버디에 타이를 내줬지만 18번홀(파4)에서 3m 버디 퍼트를 넣고 승리했다.

미국 USA 투데이 ‘골프 위크’는 대회 종료 하루 뒤인 27일 저스틴 토머스의 인터뷰 멘트를 통해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토머스는 15번홀 김시우의 세리머니에 대해 “솔직히 그땐 화가 났었다”면서 “하지만 그건 게임의 하나일 뿐이다. 자신에게나 상대에게 힘을 내게 하고, 흥분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할 말은 있지만, 그가 날 이겼으니 나보다 위”라고 한 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팀이 우승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둘 사이의 신경전에 대한 뒷담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 CBS의 카일 포터 기자는 자신의 SNS에 “토머스가 9번홀(파4)에서 90㎝ 이내 퍼트에 콘시드를 받지 못했다. 팀 골프에서 이런 것 만큼 화나게 하는 일은 없다”며 토머스가 퍼트 성공 뒤 투덜대는 장면을 영상으로 올렸다. 여기에 토머스는 “사실 45㎝ 밖에 안 된다”는 댓글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웃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붙였다.

9번홀에서 김시우는 자신의 패배로 직결되는 파 퍼트에 콘시드를 주지 않았다. 2홀 차로 끌려가게 되는 퍼트에 흔쾌히 콘시드를 주긴 어려웠다. 매치 플레이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으로 상대에게 직접 승리를 확인하게 하는 한편 상대의 흥분을 유도하는 신경전이기도 하다. 공교롭게 김시우는 10, 11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고 이날 처음으로 타이를 이뤄 역전의 발판으로 삼았다.

토머스는 카일 포터의 트위터에 한 팬이 “인터내셔널팀은 지고 있었기 때문에 짧은 퍼트를 더 많이 하도록 했다. 흥분이 오늘 경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쿨하게 “맞는 말”이라고 동조했다. 이어 “때론 자신도 모르게 흥분한다. 그래도 그가 날 자극하긴 했다”며 “오늘 아주 훌륭한 경기였고, 그가 대단한 퍼트를 많이 했다”고 김시우를 칭찬했다.

김시우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계속 끌려왔기 때문에 되게 많이 힘들었는데, 그래도 최대한 집중하고 화내지 않으려고 하고, 좀 더 웃으면서 플레이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며 “15번홀에서 토머스가 먼저 퍼트를 넣고 세리머니를 하는 걸 보고, 이제 저에게도 시간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더 스스로 기세를 올리기 위해 세리머니를 했다”고 말했다.

김시우의 과감하고 도발적인 ‘쉿 세리머니’는 셋째날 포볼 매치 마지막홀에서 김주형의 모자벗기 세리머니와 더불어 2022 프레지던츠컵에서 오래 남을 명장면이 됐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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