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국감" 다짐해놓고..스스로 '정쟁국감' 만드는 국민의힘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문광호 기자 2022. 9. 2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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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국회 국정감사를 1주일 앞둔 27일 국감 준비 체제로 전환했다.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감을 강조하며 “민생 국감”을 다짐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논란 여파로 여야는 곳곳에서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MBC를 싸잡아 공격하는 기조를 이날도 이어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 정기국회에서 입법으로 국정과제를 이행하겠다는 여당이, 성과를 위해서는 협조가 절실한 다수야당과 전면전을 선언하며 스스로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기존 원내대책회의를 ‘국정감사 사전점검회의’로 명칭을 바꿔 개최하고 상임위원회별 국감 준비 상황을 공유했다. 국감 종합상황실 현판식도 열었다. 본격적인 국감 대응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다음달 4일 시작하는 국감을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의 민생 국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바로 “문재인 정권 5년을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마지막 국감이다. 모든 적폐와 나라를 망가뜨린 행위들을 선명하게 정리하고 넘어간다는 각오로 임해달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또한 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비속어 파문을 ‘대통령 해외 순방 자막 사건’으로 지칭하며 “민주당은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국익 훼손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TF(태스크포스)’가 구성됐다. 이번 사태를 단기에 수습하는 대신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이 그간 민주당 편향적이라고 비판해온 언론들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팀장인 박대출 의원을 비롯해 박성중·윤한홍·윤두현·최형두·장동혁·조수진 의원이 TF에 참여한다. 28일에는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원내부대표단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 등이 MBC를 항의방문한다.

당에서는 거친 언사가 쏟아졌다. 여당 국방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비판하며 “이적행위”라는 표현까지 썼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은 “‘MBC 자막 조작 사건’의 본질은 광우병 사태처럼 MBC가 조작하고 민주당이 선동해 정권을 위기에 몰아넣으려는 시도”라며 ‘정언유착’ 프레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비속어 사태 초반과 다르게 적반하장식 태도로 나오는 것은 민주당에 더 밀려 국정동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표현이라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보수 결집을 통해 상황을 극복해 보려는 노림수이기도 하다. 당내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사과와 해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지만 힘이 실리지 않는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밀리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수여당으로서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해 다수여당과의 협력이 필수인 상황에서 이를 위한 전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민주당은 이날 외교 참사 책임을 물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강공이 민주당의 강경 대응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윤 대통령 순방 논란으로 곳곳이 파행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 규제개혁추진단 첫 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 국정기조인 민간중심경제를 향한 개혁에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 또한 야당 협조가 필요하지만 뚜렷한 방안은 없다. 단장인 홍석준 의원은 “여야 상황상 쉽게 될 것 같지는 않다”며 민주당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겠다고만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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