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이 성장 원동력..노동참여율 같아지면 GDP 7% 올라"
OECD 평균 성별 임금 격차 11.7%..한국은 31.5%
세계는 '성 주류화' 흐름..윤석열 정부는 역행
“2035년까지 한국 여성과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같아지면 국내총생산(GDP)은 지금보다 7% 이상 성장할 겁니다.”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가 27일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2022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번 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은 고피나스 부총재는 성평등이 국가의 거시경제 안정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며 “성평등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공공 및 민간 부문 성과를 증진하며 소득 불평등을 완화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국제통화기금 수석경제학자와 연구부서장 등을 지내다 올해 1월 수석 부총재로 임명됐다.
고피나트 총재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한국은 소득과 노동력 참여 측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동시장 성 격차가 가장 큰 국가”라고 말했다. 오이시디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 남녀 임금 격차는 11.7%인 반면 한국의 평균 남녀 임금 격차는 31.5%에 달한다.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피나트 부총재는 “국제통화기금이 지난 7월 발표한 ‘성 주류화 전략’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오이시디) 회원국의 젠더 문제에 과거보다 더 심도 있고 체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주류화 전략’이란 법령 제정과 정책 기획, 예산 편성 등의 과정에서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도 성인지 예산 분석, 성인지 통계 작성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성 주류화 전략’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성평등 관점으로 정책을 만들고, 전체 정부의 참여를 유도하는 성평등 정책 콘트롤타워인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 정책을 두고 “성인지 예산 중 일부만 떼어내도 북핵 위협을 안전하게 막아낼 수 있다”고 했었다. ‘성인지 예산’은 실제 책정된 예산이 아니라 예산을 성인지 관점으로 분석하는 정책이다.
‘성 주류화’ 촉구하는 IMF와 반대로 가는 윤석열 정부
또 여성가족부는 최근 각종 통계로 여성의 현실을 조명하고 이를 국가 정책에 반영한다는 목적을 갖고 작성하는 보고서인 ‘통계로 본 여성의 삶’의 이름을 25년 만에 처음으로 ‘통계로 본 남녀의 삶’으로 바꾸었다. “정부가 실질적인 성차별의 개선보다는 기계적인 성평등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외에선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성 주류화 전략’에 발맞춘 움직임들이 활발하다. 지난 8월 발간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보고서를 보면,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5년 동안 성별 격차와 거시경제학 간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개발해 왔던 모형(분석 도구)을 통해 국제 경제 위기와 정책 변화가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로 했다. 이를 향후 통화 정책 개입과 금융 구조 개혁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한국은 그동안 육아휴직 제도와 아동 돌봄 서비스를 확대했고, 임신한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등 여성에게 적합한 고용 환경을 제공했다. 하지만 아직도 노동시장에 큰 성별 격차가 남아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해 경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추가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통화기금은 회원국과의 정책 협의를 통해 회원국의 성별 격차를 좁히고 여성의 경제활용 참여를 확대하는 정책을 촉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고피나트와 함께 포럼 기조 연설을 한 전 통계청장인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2000년 48.8%에서 2021년 53.3%로 상승했으나 2021년 경제활동 참가율 남녀 격차는 19.3%포인트로 여전히 격차가 크고, 고용율(15살 이상)의 남녀 격차도 18.8%포인트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인실 원장은 “지속가능 발전 사회를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글로벌 핵심 의제다. 최근 많은 연구들은 남녀 간 불균등한 경쟁이 생산성을 저해해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며 “여성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여가부는 같은 행사의 이름을 지난해까지 ‘대한민국 성평등포럼’이라고 했지만, 올해는 ‘대한민국 양성평등포럼’으로 바꿨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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