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기에도 자꾸만 늘어나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 왜?
고정금리, 1%P 이상 더 높아 '외면'
전세·신용대출 비중 확대도 원인
최근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80% 수준까지 높아졌다. 금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변동금리 대출을 택하는 차주(대출받은 사람)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장단기 금리차 확대, 전세·신용대출 비중 확대 등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원인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27일 기자단 세미나를 열고 “은행 가계대출의 금리 구조는 약정기간중 금리 변동여부에 따라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로 구분되는데, 한국의 경우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 7월 신규취급액과 잔액 기준 각각 82.3%, 78.4%로, 2017∼2021년 평균 각각 66.2%, 68.5%를 크게 웃돌았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원인으로 한은은 장단기 금리차 확대, 전세·신용대출 비중 확대, 은행의 장기 조달성 수신 미비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한은은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을 중심으로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장기 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고정금리 상승 폭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올 1∼6월 가계대출 금리를 보면 고정형은 0.95%포인트 올랐는데, 변동형은 0.5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격차는 지난해 12월 0.80%포인트에서 올 3월 0.98%포인트, 6월 1.2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대출자들이 금리가 좀 더 낮은 변동형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2020년 들어 주택 가격이 오르고 투자 수요가 늘면서 변동금리 대출 상품인 전세 및 신용대출의 취급 비중이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의 비중은 2017∼2021년 평균 65.2%에서 지난 7월 77.2%로 대폭 늘었는데, 여기에는 주택 거래 감소로 주택담보대출의 신규 취급액이 상당히 줄어든 점도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 은행이 주택저당증권(MBS)이나 커버드본드와 같은 장기성 자금조달 상품을 많이 활용하지 않아 수신 만기 구조가 짧아진 점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높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해외의 경우 금융기관이 장기성 자금을 활발히 조달해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경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고정금리 대출 취급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정책 모기지론 상황에 크게 좌우되는데,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시행되면서 이 모기지론 공급마저 축소됐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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