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80조 규모 대책에도 만기연장·상환유예 또 연장..폭탄 돌리기?

유희곤 기자 2022. 9. 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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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이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의 만기 연장·상환유예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은 27일 코로나19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다섯 번째 연장하면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경제·금융여건 악화로 인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영업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예정대로 이번 달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끝내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대거 채무불이행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조치는 지난 4월에 끝났고 지난 26일부터는 50인 이상 모이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조치도 해제됐다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조치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에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시점이 다가오자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아직 코로나19 이전 영업상황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연장했다..

다섯 번째 연장 조치가 적용되는 대출은 2020년 3월31일 이전에 실행된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대출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소기업 등이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에 맞춰 80조원 규모의 대책이 마련돼 있다.

당초 만기연장·상환유예의 5번째 연장 요구는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나왔다. 자영업자 등에 비해 금융당국의 연착륙 조치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추가 연장 조치 대상에는 중기뿐 아니라 자영업자 등도 포함됐다.

한 금융 분야 연구기관 관계자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이 가계부채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으니 정부로서도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제 상황이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 상황이고 더 나빠질 가능성도 큰 만큼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빨리 대출을 갚게 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상환보다는 연장이나 유예에 방점을 더 찍고 있다. 차주가 불안감 없이 이전 수준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겠다며 만기연장은 3년까지, 상환유예는 1년까지 미룰 수 있도록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취임 직후 “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과거 네 차례 (만기연장·상환유예를) 했는데 아무 대책 없이 할 수는 없다”면서 “금융사가 책임지고 고객인 차주의 신용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공언과 달리 이번에도 느슨하게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추가 연장하면서 정책 신뢰도를 계속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는 “이번에는 금융권 자율협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사는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올 7월 말 0.22%로 집계됐다. 역대 최저치인 6월 말의 0.20%와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2020년 4월부터 계속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로 부실 채권 규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착시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만기연장과 상환유예가 계속되면 시중은행들은 부실채권 규모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언제 나아질지도 모르고 중기는 업종별 체감경기가 다른데도 정부가 원칙 없이 일부 요구가 있을 때마다 부채 정리를 미루고 있다”면서 “정리해야 할 부실 채권은 빨리 정리하려는 정책이 필요하고 금융권도 차주의 상환능력에 대한 세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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