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컨트롤타워 '미전실' 부활?..2년 만에 삼성 사장단회의 눈길

이재덕 기자 2022. 9. 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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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의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2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사장단회의’를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직후 식사 자리에 참석해 사장단과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이번 회의를 예전 ‘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 부활을 향한 신호로 보는 시각이 적잖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계열사 사장 40여 명은 경기도 용인 인재개발원에 모여 외부 강사 강연을 듣고 최근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동안 전자 계열사 사장들의 회의는 간간이 진행됐지만, 금융 계열사까지 포함한 사장단회의가 열린 것은 2020년 문성현 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삼성의 노사관계 변화 방향’을 주제로 강의를 들은 이후 약 2년만이다. 특히 1주일에 한번꼴로 열리던 정례회의 기준으론 2017년 이래 5년만이다.

삼성은 창업주인 고 이병철 선대회장 때부터 매주 수요일 사장단회의를 진행했다. 2008년 삼성 특검으로 고 이건희 회장이 2년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는 사장단회의가 그룹 경영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 회장이 복귀한 2010년부터는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현안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당시 미래전략실이 강연 주제와 강사를 고르는 등 사장단회의에 관여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3월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을 해체를 발표하면서 사장단의 정례 회의도 중단됐다.

재계는 이번 사장단회의에 대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공동의 현안에 대한 정보 교류 차원에서 열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부회장 복권 후 한달 만에 주요 계열사 사장단회의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 행보가 본격화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사장단회의의 정례화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이 부활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현재 삼성은 미래전략실 대신 사업지원TF(삼성전자), 금융 경쟁력 제고TF(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TF(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 내에 3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방식으로 그룹 사업을 조율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계열사 내 전문경영인만으로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대형 인수·합병(M&A) 등을 결정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은 2016년 전장업체 하만을 약 10조원에 인수한 이후 대형 인수·합병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앞서 미래전략실(2010~2017년)과 그 전신인 비서실(1959~1998년), 구조조정본부(1998~2006년), 전략기획실(2006~2008년) 등은 그룹의 사업방향을 결정하고 주요 인수·합병 등에 관여하는 등 오늘날의 삼성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불법·편법을 주도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 부회장이 직접 폐지를 결정한 만큼 비슷한 성격의 조직을 다시 만들기에는 일단 명분이 약하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창업자인 선대 회장이 만든 것이고, (이건희) 회장이 유지해온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삼성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이 미래전략실과 다른 성격의 컨트롤타워를 만들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SK그룹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된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내에 전략위원회를 만들어 그룹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을 지원한다.

또한 삼성이 계열사 감사위원들을 분리선임하고, 감사위원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그룹 내 의사결정을 견제할 장치를 두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컨트롤타워 재건과 관련해 ‘윤리경영 파수꾼’을 자임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그룹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려면 명분과 함께 부작용을 방지할 대안 등을 제시해야 여론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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