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억대 전기차 판매..전기차 시장도 양극화?

박순봉 기자 2022. 9. 27. 16: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르셰 전기차 타이칸 터보.

국내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1억원 이상 고가 전기차 판매량이 늘고 있다. 전기차 가격이 보조금 지급 기준을 중심에 두고 양극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전기차가 대중화되는 한편으로, 고성능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따라잡았고, 친환경이란 가치소비까지 더해지면서 고급 전기차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2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테슬라 제외)를 보면, 국내에서 올해 1~8월 1억원 이상 전기차는 총 2334대가 팔렸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1309대가 팔렸다. 78.3%가 증가한 수치다. 자체 증가폭도 높지만, 1억원 이상 내연기관차 판매량 증가폭과 비교하면 성장세는 더 뚜렷하다. 올해 1~8월 1억원 이상 내연기관차(가솔린·디젤)는 국내에서 총 2만1804대가 팔렸다. 작년 같은 기간의 2만1289대에 비해 515대 증가한 것으로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고가 내연기관차 시장이 현상유지를 하는 동안 고가 전기차 시장은 크게 성장한 셈이다.

고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건 포르셰다. 포르셰 준대형 전기차 세단인 타이칸은 파생 모델을 포함해 올해 총 932대가 팔렸다. 타이칸은 1억원 이상 전기차 시장 점유율에서 39.9%로 1위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차 EQS(대형 세단)는 740대 팔려 2위 점유율을 지켰다. 이어 3위 아우디 e-트론(준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은 파생 모델을 포함해 총 212대를 판매했고, BMW는 iX(준대형 SUV) 시리즈를 총 129대 판매해 4위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회사들은 시장 성장에 맞춰 고가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벤츠는 이날 가격이 1억160만원인 EQE(준대형 세단)를 국내 출시했다. E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이다. BMW는 지난 20일 BMW7 시리즈 순수 전기 모델인 i7 xDrive60의 가격을 공개했는데, 2억1000만원대였다.

다만 테슬라는 작년 대비 판매량이 줄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1~8월까지 국내에서 총 9899대가 판매됐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1만4082대가 팔렸다. 판매량이 30% 정도 줄어들었다. 들여온 물량 자체가 적었고, 별다른 개선 없이 가격을 올해만 다섯 차례 올린 것도 영향을 준 걸로 해석된다. 모델3 퍼포먼스(9418만원)와 모델Y 롱레인지(9665만원) 등 테슬라 주력 모델은 가격이 1억원에 근접한다.

고가 전기차들이 많아지면서 전기차 시장 가격이 양분화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보조금 수령 100% 기준을 맞추기 위해 5500만원 이하로 전기차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새로 출시된 아이오닉 6는 시작 가격이 5200만원이다. 반면 1억원이 넘는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이 전혀 없다. 5500만원 이하는 100% 보조금을, 5500만~8500만원 이하는 50%를 지원받는다. 85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보조금 지원이 배제된다.

고가의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것은 보조금이 절대적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조금 액수 자체가 줄었다. 전기차가 전용 모델로 출시되면서 내연기관차와의 직접적인 가격 비교도 사라졌다. 과거에는 소울과 소울 전기차의 가격 비교를 했다면, 이제는 전용 전기차가 등장해 비교 기준 자체가 흐릿해졌다는 의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초창기에는 4000만~5000만원하는 전기차에 2300만원까지 보조금을 줬다. 하지만 이제는 몇백만원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에 업체들의 프로모션(가격 할인)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기차도 전용 모델이 나오면서 동급 내연기관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비싸냐는 기준이 사라진 것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