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선 아기호랑이..정해영, 던질 때마다 기록과 가까워진다
정해영(21·KIA)은 마무리 2년차인 올해,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잠시 주저앉았다. 8월초, 끝내기 홈런을 맞아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고 블론세이브도 기록했다. 앞에서 함께 막아주던 필승계투조 2명이 한꺼번에 다치자 혼자 부담을 안고 던지다 정해영까지 무너졌다. 어깨 염증으로 통증마저 생겨 열흘을 쉬고 돌아온 뒤에도 정해영은 블론세이브를 했고 패전 투수가 됐다. 불펜의 막내는 고개 숙이고 투수코치와 상담까지 하며 힘겨운 8월을 지났다.
가을로 접어들자 정해영은 다시 일어섰다. 팀의 길었던 연패 속에 세이브 행진에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무실점 투구로 전반기의 좋았던 페이스를 되찾았다. 팀이 5위를 지켜야 하는 길목에서 마무리 정해영의 회복은 매우 든든한 무기가 되고 있다.
정해영은 지난 24일 NC전까지 9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으며 시즌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 풀타임 마무리를 처음 맡아 34세이브를 거둔 데 이어 2년 연속 30세이브를 거뒀다. 타이거즈 최초의 기록이다.
타이거즈에서 30세이브를 해본 투수는 3명밖에 없었다. 선동열(1993·1995년), 임창용(1998년), 윤석민(2015년)이다. 해태는 과거 투수 왕국이었지만 마무리를 맡아 꾸준히 활약한 투수가 없다. 선동열, 임창용은 30세이브 이후 팀을 옮겼고 윤석민 역시 국내 복귀 뒤 임시 마무리로 뛰며 30세이브를 거둔 뒤 선발로 돌아갔다. 마무리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2년 연속 30세이브를 수확한 투수는 정해영이 처음이다.
지난해 KBO리그 최연소 단일 시즌 30세이브를 기록했던 정해영은 이번에도 최연소(21세 1개월 1일)로 2년 연속 30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1998년 해태에서 34세이브를 한 뒤 1999년 삼성으로 가 38세이브를 한 임창용의 기록(만 23세 2개월 7일)을 넘어섰다.
정상으로 돌아온 정해영은 이제 던질 때마다 기록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 거둔 34세이브는 타이거즈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였다. 임창용이 1998년 기록한 것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해영은 지난 25일 삼성전에도 세이브를 추가해 현재 31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4세이브를 더하면 자신이 가진 역대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KIA는 8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만 20세에 마무리를 시작한 정해영은 통산 66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내년에도 30세이브 이상을 달린다면 역시 임창용(만 23세 10개월 10일)을 넘어 리그 역사상 최연소 100세이브 마무리가 될 수 있다. 꾸준히 마무리로서 경력을 이어가기만 한다면 타이거즈의 기록도, KBO리그의 최연소 기록도 모두 정해영이 갈아치울 수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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