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없는' 첫 시즌..천하의 이정후도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다 [SS 포커스]

김동영 입력 2022. 9. 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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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이 커서 그런 것 같다."

이정후는 올시즌 미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팀 내 젊은 선수들이 즐비하기에 이정후가 마냥 어린 축에 속하는 것도 아니다.

이정후는 "다치지 않고 끝까지 온 것만으로도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빨리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지었으면 좋겠다. 얼마 안 남아서 그런 것도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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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삼성전에서 1회말 2루타를 때린 후 베이스를 돌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책임감이 커서 그런 것 같다.”

천하의 이정후(24·키움)도 사람이다. 오롯이 간판 선수가 됐고, 에이스가 됐다. 부담이 올 수밖에 없다. “힘들다”고 털어놨다. 박병호(36·KT)가 없는 첫 시즌을 그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이정후는 올시즌 미친 활약을 펼치고 있다. 26일 기준으로 137경기, 타율 0.348, 22홈런 108타점 80득점, 출루율 0.420, 장타율 0.577, OPS 0.997을 만들고 있다. 타격·타점·안타·출루율·장타율 1위다.

단연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사실 2017년 데뷔 시즌부터 빼어난 활약을 했다. 신인왕을 품었고, 이후 매년 성적을 끌어올렸다. 공격력 종합 지표인 wRC+(조정득점생산력)로 보면, 데뷔 시즌 112를 올렸다. 100이 기준이다. 평균보다 12% 더 많은 득점 생산을 했다는 의미다.

2년차인 2018년 127.4를 만들었고, 2019년 135.1, 2020년 142.8을 찍었다. 2021년에는 165.2를 생산했다. 이 시즌 타율 0.360, 7홈런 84타점, 출루율 0.438, 장타율 0.522, OPS 0.960을 작성했다. 더 뻗어나갈 곳이 없을 것이라 했다.
키움 이정후가 8월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전에서 7회초 적시타를 때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오판이었다. 올해 wRC+가 무려 181.9다.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을 넘어섰고, 타점도 이미 데뷔 후 가장 많다. 팀 내에서 비교대상이 딱히 없는 수준이다. 야시엘 푸이그와 김혜성이라는 또 다른 스타들이 있지만, 이정후와 직접 비교는 무리다. 그야말로 압도적.

거꾸로 보면,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다른 팀에서 이정후를 집중적으로 견제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를 뛰어넘고 미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안고 뛰는 중이다.

또 있다. 작년까지는 ‘기댈 언덕’이 있었다. 박병호다. 오랜 시간 키움의 핵심이자 간판으로 활약했다. 2020~2021년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래도 20홈런 이상 때려냈다. 특유의 위압감이 있다. 2021시즌 후 FA가 됐고, KT와 계약하며 자주색 유니폼을 벗었다.

박병호가 떠났을 때 이정후는 눈믈을 흘렸다. 그만큼 친했고, 의지했던 선배가 갔기 때문이다. 여전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같은 팀에 있을 때와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게 박병호가 이적하면서 키움은 오롯이 이정후의 팀이 됐다. ‘정후 히어로즈’라 한다. 즉, 이정후가 팀의 리더가 됐다는 의미다. 아직 만 24세로 젊지만, 프로 커리어는 벌써 6년차다. 팀 내 젊은 선수들이 즐비하기에 이정후가 마냥 어린 축에 속하는 것도 아니다.
KT 박병호가 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한화전에서 2회말 솔로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이정후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홈 롯데전 승리 후 “유난히 올해 몸도 힘들고, 멘탈도 힘들다. 다른 시즌과 비교하면 그렇다.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이전 시즌보다 책임감도 크다 보니까 힘든 것도 같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이정후는 밝은 성격이다. 힘들어도 크게 티를 내는 선수도 아니다. 불쑥 본심이 튀어나온 모양새. 팀 내 최고 스타의 무게감을 느끼는 듯하다. 박병호가 계속 있었다면 그 그늘에서 조금은 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정후는 “다치지 않고 끝까지 온 것만으로도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빨리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지었으면 좋겠다. 얼마 안 남아서 그런 것도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일종의 홀로서기를 하는 중이다. 처음은 힘든 법이다. 심적 부담과 별개로 실력과 성적은 최상급이다. 가장 강력한 MVP 후보다. 이것 또한 경험이라면, 2023년은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정후는 이정후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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