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가전 업계, 재고 관리 총력전

정용철 2022. 9. 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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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업계가 재고 관리에 전사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가전 수요 둔화로 인한 '재고 리스크'가 올해 실적을 좌우할 뇌관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 특수를 타고 생산량을 크게 늘려 온 업계는 하반기 경영 키워드로 '재고 관리'를 최우선으로 올려놓았다.

◇위기대응·비상경영 체제 전환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가전 수요 둔화는 올해 들어 심화되면서 기업에 막대한 재고 부담을 안겨줬다. 글로벌 공급망까지 불안정한 상황에서 재고 관리는 기업 실적을 결정지을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가전 업계는 전사 자원을 집중해 재고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4년 만에 상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를 개최,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과 함께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건전화를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LG그룹 역시 지난 5월 3년 만에 열린 상반기 전략보고회에서 주요 계열사 경영 현안과 재고 관리 대책 등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견 가전사는 하반기 들어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며 비용 절감과 재고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SK매직은 7월 하반기 시작과 함께 위기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신규 투자 집행을 유보하는 등 비용 절감과 함께 밀도 높은 수요 예측으로 재고 관리를 강화했다. 위니아 역시 최근 비상경영체제 전환과 함께 재고 관리를 우선 경영 현안으로 제시했고, 쿠쿠홈시스도 하반기 전략회의에서 비용 절감과 재고 건전화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전자는 매월 경영진 회의에서 재고 현황을 공유하고 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등 재고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일전자 관계자는 “매월 재고 자산을 파악하고 수요예측에 기반해 관리 방안을 수립하지만 절대적인 수요가 줄면서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면서 “계절가전을 주력으로 하는 특수성도 작용해 재고 관리가 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롯데하이마트에서 소비자가 에어컨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가전 재고 최대 두 배 늘어

가전 업계가 재고 관리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올해 초부터 급격하게 재고가 쌓이면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수준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실제 전자신문이 국내 주요 가전사(렌털사 포함) 10곳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작년 동기 대비 평균 3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상반기 재고자산은 각각 52조922억원, 9조684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삼성전자는 55.1%, LG전자는 16.3% 늘어난 규모다.

중견 가전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위니아만 재고자산이 올해 상반기 작년 동기 대비 9.8% 늘어나며 나름 선방했을 뿐 위닉스 34.8%, 파세코 26.2%, 신일전자 25.9%, 신도리코 25.1%씩 재고가 증가했다. 가전 렌털 영역에서도 코웨이 재고가 올해 상반기 기준 292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3.9% 늘었고 쿠쿠홈시스 61.9%, SK매직 21%가량 불어났다.

10개 가전사 재고자산은 코로나19 유행 전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경향을 보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 재고자산은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90%, 65.2% 늘었다.

파세코(149.6%), 위닉스(79%), 신도리코(35%) 등도 코로나19 유행 전과 비교해 급격히 재고 자산이 증가했다. 가전 렌털 시장에서는 코웨이가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 재고자산이 158.3%나 늘었고 SK매직도 94.4% 증가해 두 배에 달하는 증가폭을 보였다.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고객이 맞춤형 주문이 가능한 스마트 에어컨을 살펴보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소비심리 회복이 관건

재고 자산 증가는 전 산업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KOSTAT)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증가세 역시 2017년 이후 4년 만에 4분기 상승세를 보였다.

이 중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은 지난해 2분기 대비 재고자산이 58.1%나 증가한데다 전체 제조업 재고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작년 24.7%에서 올해 27.9%로 높아졌다.

가전 부문 재고자산 급증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타 업종 대비 수요 증가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외부활동 제약으로 인한 대체 수요가 가전 시장에 몰리면서 업계는 경쟁적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세) 국면에 접어들면서 생산-출하간 디커플링(격차) 현상이 발생, 지속적으로 재고가 쌓이는 중이다. 올해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심리까지 하락하며 수요 반등이 어려운 점도 재고 자산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재고 리스크 해소는 생산량 조절과 함께 수요 회복이 관건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주요 가전사는 올해 상반기에 주요 품목 생산 가동률을 조절하며 공급을 줄이고 있다. 하반기 월드컵, 대형 유통 이벤트 등을 기회로 재고 처리도 준비 중이다. 궁극적으로 소비 심리 회복에 따른 수요가 뒷받침 돼야 하기에 재고 리스크 해소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조성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 팀장은 “기업별 재고가 한계에 직면하면서 하반기부터는 생산량 조절이 본격화될 것”이라면서 “단기간 내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수출 지원 정책과 함께 내수시장에서는 물가를 자극하지 않은 선에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해 재고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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