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 "대통령 미국에 간 적도 없다고 할 기세..사과부터 해야"

강한들 기자 2022. 9. 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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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단체,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대통령 실책, 언론 탓으로 돌려
방송장악에 쓰려는 '얕은 계산'"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관계자들이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 책임전가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문재원 기자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6개 현업 언론단체는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욕설·비속어 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진실게임과 책임 공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비판했다.

지난 22일 MBC를 비롯한 언론사들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순방 일정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15시간 만인 22일(현지시간) ‘이 XX’는 (국내)야당을 향한 것이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출근길 문답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나머지 얘기들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 XX’라는 비속어를 사용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관계자들이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 책임전가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문재원 기자

언론단체는 문제를 먼저 인지하고 비보도 요청을 한 것은 대통령실이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에 따르면 현장 기자들이 취재 영상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지난 22일 오전 7시20분쯤 영상기자단 사무실로 대외협력실의 공무원들이 찾아왔다. 공무원들은 ‘문제가 되는 영상이 있으니 모니터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영상을 확인한 이후 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취재한 것을 취재원 요구에 따라 지우거나 보도를 하는 것은 영상 기자의 직업윤리에 맞지 않아서 당연히 거부했다”며 “영상 조작, 짜깁기, 왜곡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언론단체는 논란에 대한 진상은 대통령이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대통령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 해명이 이어진다. 이대로라면 대통령이 미국에 간 적도 없다고 할 기세”라며 “대통령이 직접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밝히고, 언론과 국민에 솔직하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MBC가 특정 정당과 담합해 영상을 사전에 유출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단체는 “각사의 판단에 따라 같은 자막을 방송한 여타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 제기도 못하면서 특정 방송사만 반복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촉발된 실책과 치부를 언론 탓으로 돌려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의 불쏘시개로 삼아보려는 얕은 계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익을 해치는 것은 대통령의 거친 언사”라며 “권력의 의도대로 언론 보도를 통제하는 게 국익이라는 것은 시대착오적 언론관”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언론이 권력과 자본에 대해 철저하게 감시하고 비판하며, 성역 없는 보도를 할 때 잘못을 고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현업 언론인들은 언론다운 길을 갈 터이니 대통령도 대통령답게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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