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축 설정은 왜 필요한가[해양생태계의 위기](1)

안광호 기자 2022. 9. 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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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태축 현황도  | 해양수산부 제공

기후위기 등 해양생태계 위협…5개 축 구축·관리 통해 생태계 복원


[주간경향]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주변 해역의 수온은 약 1.35도 올랐다. 같은 기간 0.52도 상승한 전 세계 평균 수온보다 약 2.5배 높은 상승률이다. 수온 상승은 해양생태계를 뒤흔든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탱해온 감태, 미역, 모자반 등 해조류 군락이 자취를 감추고 갯녹음(바다의 사막화) 현상이 빨라진다. 과거 국내 해안가에선 볼 수 없었던 큰갈파래와 같은 질긴 생명력과 왕성한 번식력을 가진 아열대종이 이들의 빈자리를 메운다. 연안에서는 악취가 진동하지만, 치우려 해도 인력으로 턱도 없을 정도의 방대한 양이다. 해양생태계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 물고기는 뜨거워진 바다를 피해 북쪽으로 이동한다. 어획량이 줄고 양식장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희귀생물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갯벌의 단절과 어족자원을 메마르게 하는 환경오염과 난개발도 해양생태계를 훼손한다. 이에 ‘해양생태계의 위기’를 주제로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은 무엇이고, 당국과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보전과 복원 방안 등은 무엇인지를 세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서해 갯벌 보전축에 포함된 전남 신안군 도초면 만년리 갯벌. | 해양수산부 제공

5개 해양생태축에 담긴 의미

해양생태계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과거엔 이상현상이 발생한 특정지역을 ‘점’ 단위로 설정하고, 이 지역을 중심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만들었다. 이 방식은 특정 해양생물의 보호나 특정 지역의 생태계 보전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전반적인 생태계 보전과 복원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국제적으로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개념이 바로 해양생태축이다. 해양생태축이란 해양생물이 기후변화나 성장단계에 따라 선호하는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특성을 고려해 해양생물의 주요 서식지, 산란지, 이동 경로와 갯벌, 연안, 도서 등 주요 지역을 연결한 축을 말한다.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에서는 생물 다양성 유지와 생태계 복원을 위해 광역 단위의 생태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체계적으로 서식지를 관리하고 생태계 연결성을 강화한다. 생물 다양성이 높아지고 먹이사슬이 건강하게 유지되면 생물의 멸종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동시에 생물자원 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정부는 해양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목표로 5개 해양생태축을 설정한 바 있다. 지난 1월 해양수산부가 확정해 고시한 5개 생태축은 동해와 서해, 남해의 해역별 특성에 따른 3개축을 포함해 물범이나 상괭이와 같은 해양생물 보호와 이동로 보전을 위한 회유성 해양보호생물 보호축, 기후변화에 따른 아열대화 진행을 관찰 진단하고 대응하기 위한 기후변화 관찰축 등이다. 해양생태축의 기본 공간범위(안)는 국가 주권이 미치는 해양영토인 영해까지다. 연안으로부터 동해는 22㎞, 남해는 65km, 서해는 80㎞ 이내로 설정(제주도·울릉도·독도는 별도)됐다.

남해 도서생태 보전축에 포함된 경남 남해군 상주면 일대 | 해양수산부 제공

해양생태축 설계에 참여한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예전 서해 새만금 갯벌에는 바지락과 백합(상합)이 많았다. 어느 날부터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 국내에서 직접적인 원인을 찾자면, 새만금보다 남쪽 지역인 전남 무안 갯벌에서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무안 갯벌의 백합 종자가 북쪽으로 흐르는 해류를 타고 일부가 새만금 갯벌에 공급돼야 하는데, 무안 갯벌에서 종자 수가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에 새만금 갯벌의 조개류 개체수도 급감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무안 갯벌의 종자 수가 감소한 원인은 수온 상승 등 기후변화가 원인일 수도 있고, 환경오염이나 개발 등에 따른 인위적 요인이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해양생물 개체수가 줄고 해양환경이 훼손됐을 때 해당 지역에서 원인을 분석할 게 아니라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전제 아래 분석하고 복원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축별로는 서해 갯벌 보전축은 서해의 북한 접경지인 강화도에서부터 전남 광양까지 연결한 축으로 길이는 약 671㎞다. 갯벌생물 다양성이 우수한 우리나라 갯벌의 80% 이상이 분포돼 있다. 남해 도서생태 보전축은 전남 진도에서부터 부산의 영도구까지 남해에 있는 도서들을 연결한 축으로 길이는 약 296㎞다. 아름다운 섬들이 있어 해양생물이 알을 낳고 기를 수 있는 훌륭한 서식지로 평가받는다. 동해안 생태 보전축은 북한 접경지인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부산 남구까지 연결한 축으로 길이가 약 468㎞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 형성된 우수한 수산자원 생산지다. 회유성 해양보호생물 보호축은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부터 전남 신안까지 연결한 축으로 길이는 약 486㎞다. 물범과 상괭이 등 희귀생물들이 주로 회유하는 곳이다. 기후변화 관찰축은 대마난류가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처음 접하는 지점인 전남 가거도에서부터 동해의 울릉도-독도까지 연결한 축으로 길이가 약 875㎞다. 해양의 아열대화를 관찰해 분석한다.

동해안 생태 보전축에 포함된 경북 울진군 북면 부구리 인근 해안. | 해양수산부 제공

해양생태계 위협 요인과 영향

생물 다양성과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 중에는 기후변화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이 지난 9월 20일 발간한 ‘2022년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를 보면, 국내 해역의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54년간 1.35도 상승했다. 현재 대비 2050년에 약 1~2도, 2100년이면 약 2~4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수온 상승으로 독성해파리와 아열대성 어종의 출현도 증가하고, (사람이 독화된 조개를 먹어 중독되면 인체에 마비증세를 일으키는) 마비성 패류독소의 출현 시기도 10여년 전 봄철(3~4월)에서 최근에는 겨울철(1~2월)로 점차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라 등 해양생물의 서식지 변화도 뚜렷하다. 지난해 3월 해양수산부의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 3주기(2015~2020) 조사 결과’를 보면, 2011년 조사 당시 남해안 등 북위 35도 일대에 주로 서식하던 소라가 2020년 경북 울진 부근인 북위 37도까지 올라왔다. 거리로 따지면 120㎞가 넘는다. 같은 기간 달랑게는 경북 포항 북구에서 울진으로 80㎞ 이상 북진했다. 또 기수갈고둥은 경북 울진부터 강원 삼척까지 20㎞가량 서식지를 북으로 옮겼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면서 해양생물들이 생존할 수 있는 한계선이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따뜻한 대마 난류권의 영향을 받는 해역에서 서식하는 난류성 어종은 77종으로, 이 난류성 어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52.0%에서 2020년 68.8%로 16.8%포인트 증가했다.

회유성 해양보호생물 보호축에 포함된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일대. | 해양수산부 제공

기후위기로 인한 수산물 양식업 피해도 크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온 변화와 이상기후로 인한 양식업 피해액 1392억원 중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가 전체의 90%에 가까운 123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2002년 ‘한반도 생태네트워크’ 개념을 도입한 이후 2007년 해양생태계법에 ‘해양생태축’의 정의와 필요성을 담았다. 이후 제1차 해양생태계 보전·관리 기본계획(2009~2018)에서 본격적으로 해양생태축 구축 준비에 착수했다. 2019년 1월에는 ‘제2차 해양생태계 보전·관리 기본계획(2019~2028)’을 발표하고, 해양생태축 설정·관리 로드맵을 제시했다. 해양생태계 서식지 보호를 위해 해양생물의 주요 산란지와 서식지, 이동경로 등을 연결해 해역별로 해양생태축을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양보호구역 지정, 해양생태계 복원, 해양생물 보호 정책을 연계 추진 등의 구상을 담았다. 하지만 해양생태계법상 해양생태축 정의만 설정돼 있을 뿐 실질적 의무조항이 없어 정책 추진이 미미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실행을 위한 관리 주체 규정이 전무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백상규 해랑기술정책연구소 대표는 “갯벌의 경우 전체 보호구역 관리는 해수부가 하지만 마을에서 어장으로 활용되는 갯벌의 관리는 해당 지자체가 하는 식으로 이원화돼 있다. 해양생태축 개념에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보다 세밀하게 구분하되 큰 틀에서는 중앙정부가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해양생태축 관리와 복원 과정에서 실행 주체들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해양생태축 구축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예산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기후변화 관찰축에 포함된 전남 백도의 수중 전경 | 해양수산부 제공

해양생태축 조사와 관리, 어떻게 하나

정부가 올해 내놓은 해양생태축 총괄 관리체계(안)는 크게 해양생태계의 ‘정기조사(종합조사)→진단·평가→보전·복원→사후관리’로 이어진다. 정기조사는 축별 관리지표종들을 대상으로 한다. 예컨대 서해안 연안습지 보전축은 눈콩게,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물떼새, 고리버들갯지렁이 등의 지표종을 대상으로 출현여부와 밀도 등을 종합조사하고 시민모니터링단을 운영해 확인·분석한다. 기후변화 관찰축은 유착나무돌산호, 옥덩굴, 보석말미잘, 삼각따개비 등을 관리 지표로 삼아 출현여부, 밀도, 생체량 등을 종합조사하고 모니터링한다.

보전과 복원은 축별 이상 원인을 관찰·추적하고, 해양생물 서식실태 조사, 해파리 폴립·갯끈풀 등 유해생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해양생물의 주요 서식지와 이동로 등의 연결성을 복원한다. 사후관리는 해양생태축 공간정보와 생태계 현황, 전문가와 일반인 등이 참여하는 해양생태축 관리정책 평가와 인식도 조사 등을 해수부가 운영하는 해양환경정보포털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여건만 조성된다면 남북 해양생태축 공동조사 방안도 제안할 계획이다. 백상규 대표는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해양생태계의 보전과 복원을 위해 서해 등 갯벌지역을 우선으로 해서 중국까지 이동하는 물범과 상괭이 등 대형 포유류 이동로를 공동 보호구역으로 설정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2020년 7월 해수부가 내놓은 ‘해양생태축 구축 방안’에는 남북 공동수역 해양생태계 조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들이 포함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140개 국가에서 과거 ‘만’ 또는 ‘해역’ 중심의 해양생태계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하는 등 생태계의 연결성 확보와 복원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현재 추진 중인 해양보호구역관리, 해양생태계복원사업 등과 연계한 해양생태축별 세부관리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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