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하)호모데우스 관점에서 5차 산업혁명 과제

김현민 2022. 9. 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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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별 볼 일 없는 유인원이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는지 7만 년의 궤적을 장대한 스케일로 조감했다. 하라리는 사피엔스의 속편 '호모데우스'에서도 지구를 정복한 인류는 어디로 향할지를 섬찟하게 미래상을 그려낸다. 21세기에 들어와 인류는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기아, 역병, 전쟁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세 가지 난제를 해결한 인류는 금후 불멸, 행복, 영성 획득을 목표로 나아갈 것이다. 인류는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 자신보다 우수한 인간 모델인 호모데우스(신이 된 인류)를 창조할 것이다. 인지 혁명으로 똑똑해지고 힘을 얻은 인류는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지구행성 생태계의 주인공이 됐다. 사피엔스는 성취에 만족하지 않는다. 과학혁명과 테크놀로지 발전으로 인지혁명 2.0의 길이 열리고 있다. 인지혁명 2.0은 인류 자신을 재창조하려는 21세기 프로젝트다.

인류 역사 최대의 중대 결정 '초인간 탄생'

하라리에 의하면 지금 인류는 역사상 가장 중대한 결정을 하려고 한다. 유전공학과 AI에 의해 창조주와 같은 힘을 손에 넣은 현생인류는 생명을 다스리는 가장 근원 법칙을 바꾸려 하고 있다.

지난 40억년간 생명은 자연선택 법칙에 지배돼 왔다. 아메바에서 공룡 나아가 인간까지 모든 생명체는 유구한 세월에 걸쳐서 자연도태 법칙에 따라 진화해 왔다. 지금 인류는 차세대 과학혁명으로 비유기적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시대를 열려고 하고 있다. 그것은 자연선택에서 지적선택 시대로 우주 차원의 대전환이다.

주목할 점은 20세기 말에 인류가 성취한 프로젝트와 달리 21세기 인간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중대한 함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기아, 역병, 전쟁을 통제한 20세기 프로젝트는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풍요, 건강, 평화의 보편적 표준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불멸, 행복, 영성을 추구하는 21세기 프로젝트는 기준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능가하는 하는 것이어서 새로운 초인간(transhuman)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렵 채집시대 사피엔스는 정령을 포함하는 모든 존재, 모든 생물과 대화하며 교류했다. 만물이 원칙적으로 대등하고 삼라만상이 각각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했다. 농업혁명은 유신론(theism)의 종교혁명을 일으켜 농경민은 스스로를 삼라만상의 정점으로 생각했다. 근대에 들어와 사피엔스는 새로운 종교 한 형태로서 인본주의(humanism)와 과학과 동맹을 통해서 살아가게 됐다. 인본주의 중심적 교의는 인간의 경험을 의미와 권위의 원천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내적 경험을 통해 만들어 내는 의미와 권위를 우주에 대해서도 부여하게 된다.

생명과학의 새로운 발견 '모든 것은 알고리즘'

인본주의 가치관은 근대에 있어서 사피엔스 대성공을 가져왔다. 다시 말해서 사피엔스는 산업혁명과 과학혁명을 통해 스스로가 신의 지위를 구축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유신론에서 인본주의로 대체된 것이다. 20세기 인본주의는 인간 개개인 경험과 자유를 중시하는 정통파로서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타자의 공통 감정을 오류가 없는 당이 재현하는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대립과 투쟁 속에서 승리한 강자의 생존을 중시하는 진화론적 인본주의로 분열돼 이데올로기 전쟁이 일어났다.

그 결과 자유주의파 승리로 보였지만, 자유주의파의 소망(불멸, 행복, 신성)을 충족하도록 개발된 신기술은 사피엔스 자신의 진보를 갈망한 나머지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그 자체를 파멸시킬 지도 모른다. 계기는 생명과학에 있어서 새로운 발견에서 찾을 수 있는데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간을 분할 할 수 없는 'individual'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인간은 분할 가능한 존재 'dividual'이다. 둘째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없다. 인간은 물론 다른 생물은 다른 사물과 마찬가지로 알고리즘에 의해 행동하고 있다.

전자는 생화학적 알고리즘에 후자는 전자적 알고리즘에 따르는데 그 기초가 되는 수학 법칙은 동일하다. 이 때문에 인간의 욕망이나 행위는 적당한 자극을 뇌에 부가함으로써 통제 가능하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인간의 자기동일성도 이데올로기나 윤리도 모두 무의미해진다. 생명과 무기물 간의 벽이 소멸된다. 사피엔스는 자유의지가 아니라 경험은 통제 가능한 것이라고 알게 되었다.

실리콘밸리의 신흥종교 '데이터교'

여기서 생겨난 것이 데이터교(dataism)라는 신흥종교다. 중심적 교의는 “인본주의 대신에 데이터를 모든 의미와 권위의 원천으로 삼는다. 현상이나 사물의 가치는 그것이 데이터 처리에 얼마만큼 기여하는 가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하는 것이다. 이젠 가치는 경험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유롭게 유통하는 데이터에 있다. 즉 데이터를 기록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유통하는가에 달려있다.

21세기 데이터교는 강력한 허구와 전체주의적 종교가 될 수 있다. 이 종교는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컴퓨터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우리 생활을 지배하려 한다. 호모데우스의 세계를 5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조망하면 많은 도전과제가 부상한다. 인간은 스스로 생물적 신체성을 초월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스스로 업그레이드해 자신이 호모데우스나 초인간을 지향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바이오 기술과 컴퓨터 알고리즘은 우리의 신체, 뇌,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천국과 지옥을 갖춘 가상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허구와 현실, 종교와 과학을 구별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진다.

그 결과 인본주의는 그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지게 될 뿐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의 유용성이 의문시될 수 있다. 혹은 모든 인간은 자신을 초월한 존재(알고리즘과 만물 인터넷)에 종속되는 존재로 위상이 추락될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 전체 역사가 끝나고 의식을 갖지 않는 비생명적 존재인 지구적 데이터 처리시스템이 우주까지 확산된다.

배경에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다. 하나는 생물은 알고리즘이며 생명은 데이터 처리라고 하는 관점이다. 또 하나는 지능을 의식에서 분리해 AI 형태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다.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신성 획득을 지향하면 사피엔스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 관점을 견지한다. AI가 진보하면 대다수 사람은 존재가치를 잃고 무용자 계급으로 전락하고, 인간의 인생과 경험은 신성하다는 인본주의 신념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호모데우스 관점의 제5차 산업혁명 과제

이상에서 살펴 본 고찰을 토대로 호모데우스의 관점에서 '인지혁명 2.0과 5차 산업혁명'은 공통성을 지닌다는 입장에서 도전 과제를 다음과 같이 간추려본다. 예컨대 5차 산업혁명 도전과제는 인류가 불멸, 지복 그리고 영성을 추구하는 국면으로 나아감에 따라 데이터교 부상, 만물인터넷 위력 증강, 새로운 계급사회의 이행 등의 난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21세기 신흥종교로서 데이터교 탄생이다. 실리콘밸리의 실험실에서 탄생하고 있는 데이터교는 인간의 지식과 지혜보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신뢰한다. 여기서 인간은 만물인터넷을 창조하는 도구로 참여한다. 하라리는 인간성에 바탕을 둔 인본주의 회복과 평생 학습하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쇄신해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지혁명 2.0시대의 경제적 은혜가 모든 사람이 향유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우주적 규모 데이터 처리 시스템의 실체인 만물인터넷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다. 만물인터넷은 무한히 방대하고 빠른 데이터 흐름을 창조하기 때문에 인간의 데이터 처리시스템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인류가 전지전능해지는 만물인터넷의 잔물결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 인간세계와 공존·공생하는 길을 모색해 가야 한다. 개인이 만물인터넷에 휘둘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과 마음 지능지수를 함양하는 교육체계도 갖춰야 한다.

셋째, 하라리는 데이터교가 위력을 발휘하고 만물인터넷이 생활세계를 에워싸는 상황은 21세기판 카스트 제도가 탄생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호모데우스의 세계는 일부의 엘리트 계층과 AI에 의하여 쓸모가 없게 된 무용자 계급으로 분단돼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계층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호모데우스-알고리즘-무용자 계급으로 계층화되는 시나리오의 성립 가능성을 배재하기 보다는 가능성에 대한 과제와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확립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성 중심의 비전과 가치를 확립하고 로봇세 도입과 기본소득(basic income)제도의 바람직한 방향 등을 논의하면서 제5차 산업혁명에 현명하게 대응해 가야 할 것이다.

하원규 미래학자·디지털 토굴인 hawongyu@gmail.com

<필자 소개>

하원규 미래학자는 디지털 토굴인·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학회 고문·행안부 지능형서비스분과 위원. 대학시절 로마클럽 '성장의 한계' 보고서를 접하면서 미래학자의 길을 시작했다. 1985년 중앙일보와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주관한 '21세기 논문대상(논문명 인간과 기계의 상호수렴과 대응과제)'을 받았고, 1992년에는 박사논문 'ICT패러다임 전환과 국가전략'으로 일본 정보통신보급재단 인문사회과학상에 선정됐다. 35년 동안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상(체신부 장관상), 사이버 코리아(정보통신부 장관상), e-Korea(국무총리상), u-Korea(철탑산업훈장), 만물지능통신기반 중장기 전략 관련 프로젝트 책임자로서 디지털 혁신국가 어젠다를 발굴·기획했다. 2015년 정년퇴직 기념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세계 최초로 출간했다. 현재는 2040년을 사정권에 넣은 '제5차 산업혁명'에 대한 그랜드 디자인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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