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심층취재 5편] [단독] 10년 간 등록금 횡령 1,375억..선처 또 선처

서현아 기자 2022. 9. 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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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이렇게 학교를 부실로 몰고 간 비리 당사자들은 어떤 책임을 지고 있을까요?

EBS는 지난 10년 동안 학교 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위 사건의 판결문을 하나하나 뜯어봤습니다. 

실형 선고는 3명 가운데 1명도 안 됐는데, '개인 이익만을 위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교육 발전에 헌신했다'는 게 선처의 주된 이유였습니다. 

서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6년 동안 등록금 등 108억 원을 빼돌려 개인 빚을 갚은 대학 이사장. 

양형기준으로 징역 4년에서 7년에 해당하는데, 실제 받은 형은 집행유예였습니다.

대학을 설립하면서 많은 빚을 떠안은 만큼, 개인 이익을 위한 범죄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이사장은 4년 뒤에 같은 혐의로 또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한 전문대 총장은 학교 돈 12억 원으로 자기 땅을 사서 개발하고, 빚도 갚았습니다.

역시 집행유예가 나왔습니다.

개인 재산을 교육 재단에 출연하는 등 교육계 공로가 많다는 점이 인정됐습니다. 

EBS는 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에서 최근 10년 동안 대학과 횡령을 키워드로 재판에 넘겨진 1심 판결문을 검색한 뒤, 교비 횡령과의 직접 관련성이 확인된 36건을 추려 분석했습니다.

법인회계나 보조금을 제외하고, 교육여건과 직결되는 교비회계에 직접 미친 누적 피해액만 1,375억 원 사건당 평균 38억 원이 넘었습니다.

횡령액이 5억 원을 넘으면 법정형이 징역 3년 이상, 50억 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으로 올라가고, 업무상 보관하던 돈을 횡령하면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피고인의 27%가 벌금형이었고, 40%는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실형을 산 비율은 31.9%로 3명 가운데 1명이 채 안 됐는데, 평균 형량도 2년 2개월로, 양형기준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집중됐습니다. 

인터뷰: 박병언 변호사 / 전 사학혁신위원회 위원

"사립학교(대학)에선 19억 원의 부정행위가 나더라도 집행유예 판결이 나고, 일반 회계적인 금융기관에서는 그것을 10억 원 미만, 거의 10억에 가까운 돈을 횡령한 경우에 5년씩 실형을 살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사립학교(대학) 관계자들은 선처 받고 있다…."

빼돌린 돈을 개인 쌈짓돈으로 쓴 것도 확인된 사례만 32%에 달했습니다. 

손자의 원룸비를 내거나 가사도우미 월급을 주고, 조부모 산소 공사에다, 심지어, 아파트 분양대금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많이 제시된 선처 이유도 횡령한 돈을 다 개인적으로 쓰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이사장실을 리모델링하거나 유력인사 로비에 쓴 돈도 사적 유용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인터뷰: 김병국 집행위원장 /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대학을 자기의 개인 소유물로 본다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돈을 갖다가 교육을 위한 목적으로 써야 되는데 개인의 돈으로 보다 보니까 이게 마음대로 쓰는 거죠. 교육과 관련된 범죄에 대해서는 일반사건보다 좀 더 무겁게 양정을 해야…."

이미 학교 돈을 빼돌린 전과가 있는 사례도 판결문에 명시된 것만 두 건이었는데, 해당 학교 모두, 두 번의 사법처리 이후에도 비리 관계자가 학교 운영에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BS 뉴스, 서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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