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심층취재 4편] 비리 고발했더니 학교가 폐교..부실대학의 모순

박광주 기자 2022. 9. 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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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부실대학 연속보도, 오늘은 많은 구성원을 고통스럽게 한 폐교대학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부실대로 전락했는지, 그 과정을 짚어봅니다. 

교육부는 대학의 교육여건을 평가해 점수가 낮은 대학엔 재정 지원을 끊는 방식으로 부실대 퇴출을 유도하는데요.

지금까지 폐교된 대학들이 부실해진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먼저, 박광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람 키만큼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운동장.

승강기도 열린 채로 방치되고, 학생들의 사물함도 녹슬었습니다.

2년 전 문을 닫은 동부산대학교입니다.

금융경영부터 장례복지, 호텔조리 등 지역사회에 특화된 서비스 인재를 양성하던 대학이었지만, 폐교 후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캠퍼스는 방치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미연(가명) / 동부산대 출신 만학도

"한 학기 놔두고 딱 그냥 폐교를 하니까, 막막하더라고요. 여기서 그냥 또 중단을 해야 하나 (편입 후) 교수님들도 다 낯설지만, 배우던 것하고 비슷한 점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좀 힘들었어요."

학교가 처음 위기에 빠진 건 2004년이었습니다.

이사장과 사무국장 등이 공모해 8년간 등록금과 보조금 등 184억 원을 빼돌리면서, 학교가 재정난을 겪게 된 겁니다.

보다 못해, 총장이 직접 비리 상황을 정부에 고발했고, 대대적인 종합감사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정영현 전 총장 / 동부산대

"'제보하면 일반인 제보와 마찬가지고 한두 달 내로 감사 나갑니다' 이러더라. 진짜 두 달 내로 딱 감사했어요. 그렇게 소극적인 거야, 아무도 저 학교를 살리려는 생각을 안 해. 우리 이사장은 학교에 돈이 있으면 돈 먹고 나가버리려고 했는데…."

교육부는 비리가 드러난 이사장을 파면했습니다.

하지만 횡령한 돈은 제대로 환수하지 못 한 채, 학교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했습니다.

일종의 부실대학 딱지를 붙인 건데, 이 영향으로 700-800명 수준이었던 신입생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재정지원도 끊기면서, 학교는 회생 불가 상태가 됐습니다.

동부산대 소유였던 이 건물 세 동은 지난해 한 병원이 매입했습니다.

매매가가 28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폐교 당시 문제가 된 횡령액보다 100억 원가량 더 많습니다.

폐교 조치를 막을 수 있는 수준의 자산이 있으면서도, 법인이 이를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 2012년 이후 문을 닫은 부실대학은 16곳인데 이 가운데 12곳이 설립자나 경영진의 비리 때문에 부실화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비리가 드러난 뒤, 정작 무너진 교육을 복구할 대책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동부산대 전 교수 A

"(교육부가 보낸) 관선 이사들이 원래 목적이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내려오거든요. 근데 이 양반들은 제가 봤을 때, 정상화에는 관심이 없고 아무튼 학교를 폐교를 해야 한다…."

단기 대응에 급급한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정작 교육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빠지면서, 피해는 학생과 교직원이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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