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행성이라도 지구 충돌 땐 '치명적 피해'..절반 이상은 위치도 몰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6일(현지시간) 소행성을 방어하기 위한 실험에 나선 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을 때 입을 막대한 피해 때문이다. 미리 대비해 소행성이 지상에 떨어지는 일만큼은 막자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작은 소행성 상당수는 현재 우주의 어디를 날고 있는지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소행성 충돌이 유발한 가장 대표적인 재앙은 6600만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과학계는 본다.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소행성이다. 당시 소행성의 지름은 10㎞였다. 에베레스트산(8848m)보다 컸다.
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자 하늘에선 불덩어리가 쉴 새 없이 떨어져 땅은 그야말로 불지옥이 됐다. 특히 충돌이 만든 기체와 먼지가 대기로 떠올라 햇빛을 가렸다. 식물의 광합성이 어려워지면서 생태계는 무너졌다. 이때 지구에 있던 생명체 75%가 사라졌다. 여기엔 공룡도 포함됐다.
이번에 충돌 실험 대상이 된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비슷한 크기인 지름 140m 수준의 소행성도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지상에 떨어지면 대도시 하나를 초토화할 수 있다. 충돌 확률도 높다. 2만년에 한번 지구와 맞닥뜨린다. 1~2억년에 한번 충돌하는 지름 10㎞짜리 소행성보다 훨씬 자주 찾아온다.
문제는 이렇게 작은 소행성은 어디에서, 어떤 궤도로 날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지름 140m 이상의 지구 근접 소행성은 2만5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발견된 건 전체의 40%뿐, 1만5000여개는 위치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관측 기술의 한계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소행성만 보면 향후 100년 안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은 없지만, 늘 하늘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소행성은 이미 현실에서 위협이 되고 있다. 2013년 2월15일(현지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 하늘에서 지름 20m짜리 소행성이 폭발하며 강한 충격파를 만들었다. 다수의 건물이 파손됐고, 1200여명이 다쳤다.
디모르포스에 대한 충돌 실험을 지상에서 관측하는 연구팀 가운데에는 한국 과학자들도 있다. 보현산 천문대, 소백산 천문대,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네트워크(OWL-Net) 등이 활용된다. 이번 충돌 상황은 총 5기가 운영되는 OWL-Net 가운데 이스라엘에 설치된 망원경에서 포착됐다.
관측팀에 소속된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NASA는 향후 디모르포스보다 더 큰 소행성에 대한 충돌 실험도 계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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