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조달러 대출 일대일로 수정중.."상환 압박 채권 5%→60%"

강영진 입력 2022. 9. 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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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상환 압박 채권 2000년 5%에서 현재 60% 육박하면서
G20 공동프레임워크 등 채무 재조정 국제 노력 참여
신규 프로젝트 차관 엄격 심사 등 지속가능성 보완중
문제 많아도 영향력 확대 크게 기여해 중단하진 않을 듯

[콜롬보=AP/뉴시스] 난달랄 위라싱게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가 19일(현지시간) 콜롬보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 많은 차관을 빌려 항만과 사회간접자본(SOC)을 개발했으나 차관을 갚기 힘들게 돼 자국의 항구 운영권을 중국 국영기업에 99년 동안 넘겨줬다. 그러나 끝내 차관을 갚지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했다. 2022.05.1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중국 정부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에 1조 달러(약 1427조원)을 투입해온 일대일로(一带一路)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세계 경기 침체와 고물가, 금리상승 등으로 중국에 빚을 진 나라들이 갚지 못해 수백억달러의 차관이 상환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수많은 개발 계획이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서방은 중국의 차관 정책이 "부채의 덫 정책"이라고 비난해 중국 정부가 곤경에 처했다. 스리랑카와 잠비아 등의 채무 위기는 중국의 차관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이 제기된다.

10년 가까이 중국 은행들에게 유리한 조건의 차관을 내주도록 압박하던 당국자들이 보다 보수적으로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일대일로 2.0을 내부적으로 논의중이다. 새 차관 제공 때 보다 철저하게 평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차관 일부를 탕감하고 부채를 재조정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100년만의 프로젝트"라고 한 일대일로가 수정되면서 시주석의 국제질서 재편 구상에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시주석은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의에서 일대일로 정책의 국제적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진다"면서 위험 관리와 협력 확대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중국 관영 매체들이 전했다.

중국은행들은 이미 저소득 국가에 대한 차관을 크게 줄이고 있다. 상환 압박을 받는 중국 해외차관이 2000년 5%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60%에 육박한다. 중국은 그동안 거부해오던 파리 클럽 등 국제 기관들과 채무 재조정 논의에 착수했다. 또 주요 20개국(G20)의 공동프레임워크에 참여함으로써 다른 나라들과 공동으로 일부 국가의 채무 재조정을 협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은행들의 손실 감수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상환이 어려운 채무 만기를 연장해왔으나 이 방식이 오히려 채무국의 어려움을 가중시켜왔다.

차관 제공이 채무국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던 중국 매체들도 리스크 관리와 국제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일대일로 협력의 높은 개발효과를 증진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일대일로 계획은 개도국의 자원개발을 지원해 중국 공급을 늘리고 중국 상품의 소비국으로 만드는 한편 현지 진출 중국 기업 종업원을 늘리려는 목적에서 입안된 것이다. 시주석은 2012년 취임 뒤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 상품 시장을 늘리는 정책의 일환으로 일대일로를 적극 추진했다.

2015년 중국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국내 수요가 위축되자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계획을 국내에 과잉공급된 철과 섬유 등의 상품을 해외로 수출하는데 활용했다. 중국 수출입은행과 개발은행이 해외 진출 중국기업을 뒷받침했다.

불과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1조달러를 차관 등으로 에콰도르, 앙골라 등 150여개국의 개발계획에 자금을 댔다.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공식 최대 채권국이 됐다.

미 정부와 기관들의 개도국 개발 지원 자금은 중국의 절반이 안된다. 2013년엔 거의 비슷했다.

미국의 경우 해외 개발 지원은 대부분 지원금이지만 중국은 차관이다. 에이드데이터사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지원금 대 차관의 비율은 1대 9다. 미국은 정반대로 9대 1이다.

이같은 중국의 행보는 미국 등으로부터 개도국에 과도한 부채를 안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7년 중국은 은행 임원들이 정부에 수익이 나지 않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라는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불평했다. 일부 은행들은 당국이 보증하지 않으면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중국은행들은 정부의 압박을 받으며 회수가능성이 높지 않은 프로젝트에 지원을 해왔다. 스리랑카의 경우 중국이 지원해 건설한 항구의 물동량이 낮아 부채 상환이 불가능해졌다.

관영 은행들을 따라서 일반 은행들도 대출을 늘렸다. 중국 은행들은 채무국들이 파산하지 않도록 만기를 연장하고 추가 대출을 했다. 2017년 외환보유고를 늘려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23억달러를 빌린 파키스탄의 경우 신용도가 개선되지 않아 결국 국제금융기구(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2020년 11월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부채상환 압박이 커지자 중국 정부가 G20이 도입한 부채 삭감 조치에 가담하기로 동의했다. 중국은 G20의 채무경감조치와 유사한 조치를 먼저 도입한 파리클럽 참여를 계속 거부해왔다. 중국은행들이 채무국들에게 파리 클럽 방식에 따른 채무 재조정이 있을 경우 중국에 진 부채는 우선변제하도록 하는 조항을 강요해왔다. 에이드데이터사는 중국의 대출계약의 4분의 3에 "파리클럽 예외조항"이 적용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G20의 채무재조정 방식에 동의하기까지 6주 동안 협상해야 했고 시주석이 이를 최종 승인하기까지 추가로 몇 주가 더 걸렸다.

중국개발은행 등의 대주주인 중국 재무부는 중국 부동산 침체로 은행들이 감사를 받고 있는 현재 은행에 채무 손실을 안기길 걱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당국자들은 보다 유연하게 신흥국 금융위기 방지 논의에 참여하기를 촉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미국의 빠른 금리인상을 들어 중국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달러화 강세로 개도국의 부채상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자들은 차드, 에티오피아, 잠비아에 대한 채무 조정을 G20 채무재조정 정책 적용의 시금석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잠비아가 지난 2020년 채무상환불능에 빠졌을 당시 채무재조정 참여를 거부했다가 몇 달 뒤 입장을 바꿔 지금은 프랑스와 함께 잠비아 채권자위원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이 위원회는 지난 여름 잠비아에 IMF 긴급구제금융 14억달러 제공에 합의했다. 현재는 170억달러에 달하는 잠비아의 외채를 재조정하는 협상이 진행중이다. 170억달러의 3분의 1에 대한 채권자가 중국 은행 18곳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계획을 전면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주석은 일대일로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계획 덕분에 많은 나라들이 지난 10년 동안 중국을 지지하면서 유엔의 각종 표결에서 중국 편을 들었다. 차관 제공이 엄격해지면 일부 국가들이 이탈할 수 있다.

외교관계위원회 국가 채무 전문가인 브래드 셋서는 "일대일로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의미가 크지만 중국은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차관이 아닌 지원금으로 전환하는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자들도 일대일로 계획이 더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위기관리에 공공-민간 협력 시스템을 도입하고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하는 등의 방안이다. 또 아프리카개발은행(ADF) 등 다자적 기구와 공동 프로젝트 진행을 확대할 준비도 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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