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동부 전투 중심 리만과 바흐무트 공방전 치열

강영진 2022. 9. 27. 11: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겨울 전투 고착전 전략 요충 선점하려는 양국군
리만 우크라군이 공격, 바흐무트는 러군이 공격
북부 대패한 러군 병력 보강하며 격렬하게 맞서

[이지움=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전차에 올라 승리의 V를 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4월 러시아군이 점령해 돈바스 공세를 위한 군수 보급 중심지로 활용하던 이지움을 탈환했다. 2022.09.14.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전투가 러시아군이 점령한 리만과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바흐무트 2개 지역에서 가장 치열하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두 도시를 중심으로 진행중인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사이의 공방전을 상세히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한 병사가 포성이 울리는 먼 곳을 바라보면서 강가에 다가와 낚싯대를 드리웠다. 그가 이처럼 최전선 상황에 무심할 수 있는 건 우크라이나군이 리만에서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리만에서 남동쪽으로 50km 떨어진 바흐무트에선 소총을 들고 헬멧을 쓴 채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조심스럽게 파괴된 도심의 다리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군 포탄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와 가까운 곳에 먼지와 연기를 일으켰다. 러시아군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공방전이 전략 요충인 두 도시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이달초 하루키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물리친 우크라이나군이 승기를 잡고 있다. 그러나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은 훨씬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돈바스 서쪽 지역 보급요충인 철도중심지 리만 탈환을 강력히 밀어부치고 있다. 러시아군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군이 이곳을 탈환한 뒤 동부로 진출해 승기를 유지하려 한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지역으로 진출하는 관문이다. 러시아군이 이곳을 장악하면 북부에서의 패배를 만회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군은 지난 3개월 동안 끊임없이 바흐무트를 포격해왔다.

두 도시 공방전은 겨울이 오기전 전략적 요충을 선점하려는 양국군의 의도를 보여준다. 우크라이나군이 두 도시를 모두 장악하면 우크라이나군은 앞으로 몇 개월 내 실지를 모두 회복할 준비를 할 수 있다.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전투력을 보강하면 돈바스의 2개 주요도시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뱐스크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

리만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남쪽과 서쪽에서 공격해 교외 마을들을 점령하면서 진격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북부 탈환으로 고립된 리만에서 러시아군이 쉽게 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추가 병력이 파견돼 우크라이나군의 전진을 늦추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리만공격에 집중하면서 러시아군은 동쪽 지역에서의 병력 피해가 줄었다.

전황은 수시로 바뀐다. 지난 주 리만 근처 작은 휴양마을 슈추로베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시베르스키 도네츠강과 짙은 숲 사이를 파고 들었다. 지난 4월부터 이곳을 점령하던 러시아군은 이곳 주민들이 탈출하는 걸 막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은 주민들에게 먹을 것도 주지 않았다.

40대 여성 탈출 주민 레나는 "지난 3일 동안 우리 군대가 오면서 지옥을 벗어났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의 수륙양용 장갑차를 타고 탈출했었다. 이 장갑차가 지금도 시베르스키 도네츠강을 배기구만 물밖으로 드러낸 채로 오가고 있다.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처럼 두 방면에서 공격하고 있다. 도시 주변에 포진한 우크라이나군의 병력과 장비가 지속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달초 바흐무트 외곽 마을 1곳 이상이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돈바스 지역 전선 150km를 맡고 있는 국방경비대 소속 대대장 유리 베레자 중령은 "바흐무트를 사수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여름 공세에서 리시찬스크와 세베로도네츠크 두 도시를 점령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두 도시의 서쪽 지역 마을들을 다시 탈환했다.

CNA의 러시아 전문가 마이클 코프먼은 러시아군이 "너무 분산돼 있다. 광범한 전장을 주도하고 방어할 군대가 부족하다"고 했다. 러시아은 부분 동원령으로 편성한 새 부대를 이곳에 투입할 예정이다. 제대로 훈련도 안받은 이들의 전투 능력이 의심스럽지만 병력이 적고 무장이 약한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분명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리만과 바흐무트 주변의 러시아군은 이미 병력이 보강되고 있다. 베레자 중령은 러시아군이 급히 퇴각하기전에 "1㎢ 당 한두 명씩은 있었다. 지금은 10명"이라고 했다.

돈바스 지역의 시베르스키 도네츠강은 몇 달 동안 최전선이 돼 왔다. 양측 모두 강 건너로 포격하는 방식으로 대치해왔다. 바흐무트 도심을 남북으로 지나는 강의 중요성이 커졌다. 러시아 예비군, 분리주의군 및 정규병력이 함께 포진한 리만과 달리 바흐무트는 악명높은 와그너 용병그룹이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병사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은 최근 보강한 재소자 출신 병사들을 제대로 무장도 시키지 않고 내보내 총알받이로 쓰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대거 항복하면서 우크라이나군에 죄수 출신 포로들이 크게 늘었다. 러시아군은 이들 죄수 포로와 우크라이나군 포로 교환에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바흐무트 주변 전투에서는 포성보다 기관총 소리가 많아졌다. 지금까지의 전투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몇 주동안 일진일퇴가 이어졌다. 러시아군이 포격을 가한 뒤 전진하며 병력과 차량을 잃은 우크라이나군이 수백m를 퇴각하고 다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해 전진한다.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아무리 많이 죽여도 계속 온다"고 했다.

바흐무트의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은 최근 미국 지원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로도 러시아군 보급선을 크게 파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무기를 처음 받았을 때와는 다른 반응이다. 러시아군이 탄약고를 분산시킨 때문이다.

전투지역에 갇힌 주민들은 전투가 멈추길 학수고대한다. 러시아군의 공격을 당하는 도시들은 몇가지 단계를 거친다. 먼저 마을 외곽이 포격당하고 이어서 도심이 포격당한다. 처음엔 간헐적이다가 몇날 몇주가 지나면서 포격이 크게 늘어난다. 그러면 전기, 수도, 난방, 전화가 끊어지면서 완전히 고립된다.

바흐무트와 주민들은 고립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달초 전기, 수도, 전화가 끊겼다가 최근에야 일부 지역에서만 복구됐다. 도심 상점 주인 안드리가 전투가 "갈수록 심해진다. 다리가 폭파되고도 포격이 끊이질 않는다"고 하자 상점에서 소시지를 산 날씬한 40대 남성이 "그래도 어제 전화가 복구됐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