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첫 지구방어 실험..1천100만km밖서 160m 크기 소행성 충돌(종합2보)

엄남석 2022. 9. 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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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궤도 변화는 수주 뒤에나 확인 가능..우주선 충돌직전까지 이미지 전송
인류 첫 지구방어 실험…1천100만㎞밖서 160m 크기 소행성 충돌 [NASA 트위터.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 충돌 코스의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전략을 실증하기 위한 인류 최초의 소행성 방어 실험이 27일(이하 한국시간) 지구에서 약 1천120만㎞ 떨어진 심우주에서 이뤄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쌍(雙)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우주선이 이날 오전 8시14분 '운동 충격체'(kinetic impactor)가 돼 시속 2만2천530㎞(초속 6.25㎞)로 목표 소행성 '다이모르포스'(Dimorphos)에 정확히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말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자판기 크기의 DART 우주선은 충돌 4시간 전 약 9만㎞ 밖에서 '스마트(SMART) 항법' 비행체제로 전환하고서 관제팀 개입 없이 카메라에만 의존해 점으로만 확인된 쌍소행성계를 향해 자율비행을 했다.

우주선은 충돌 직전 다이모르포스와 약 1.2㎞밖에 떨어지지 않은 780m 크기의 '디디모스'(Didymos)를 지난 뒤 자갈이 깔린 다이모르포스의 표면이 가득 채워진 이미지를 마지막으로 전송하고 신호가 끊겼다.

이 이미지를 통해 다이모르포스의 모양과 표면이 처음으로 확인됐는데, 앞서 소행성 탐사가 이뤄진 '베누'(Bennu)나 '류구'(龍宮)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선 충돌 직전 다이모르포스 [NAS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NASA는 충돌 1시간 전부터 유튜브 TV 등을 통해 하나의 점에서 두 소행성이 식별되고 표면이 화면을 가득 메울 때까지 1초마다 전송돼온 다이모르포스의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충돌 과정을 생중계했다.

인류가 소행성 충돌로부터 지구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을 실제 소행성을 대상으로 실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주선 충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지구방어 전략이 실험실을 떠나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우주선이 10개월여 비행 끝에 목표한 작은 소행성을 찾아가 정확히 충돌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우리는 행성 방어가 지구 차원의 노력이며 우리 행성을 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으며, NASA 행성과학 책임자 로리 글레이즈는 "위험한 소행성 충돌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갖춘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총 3억800만 달러(4천290억원)가 투입된 DART 우주선 충돌로 다이모르포스의 궤도가 실제 바뀌었는지는 앞으로 수주에 걸쳐 지상과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지름 160m 크기의 다이모르포스는 그리스어로 쌍둥이를 뜻하는 디디모스를 11시간55분 주기로 공전하는데, 이번 충돌로 약 1%인 10분가량 공전주기가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디모스와 다이모르포스는 지구에 4천800만㎞ 이내로 접근하는 지구 근접 천체(NEO)로 분류돼 있지만 지구충돌 위험은 없으며, 이번 충돌실험으로도 그 가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NASA는 강조했다.

DART 우주선이 다이모르포스에 다가서면서 포착해 전송한 이미지. [NASA 제공/ UPI 연합뉴스]

DART 우주선의 충돌 이후 상황은 충돌 3분 뒤 현장 55㎞ 상공을 지나는 이탈리아우주국의 큐브샛 '리시아큐브'(LICIACube)가 촬영해 지구로 전송한다. 지난 11일 DART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와 약 1천㎞의 거리를 두고 뒤따라온 리시아큐브는 두 대의 광학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

대형 안테나가 없는 리시아큐브가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전송하는 데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지만, 현장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첫 이미지는 이날 중에 전송받아 공개될 수도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행성 충돌 입증하는 우주선의 이미지 전송 중단 순간 (로럴 AFP=연합뉴스) 미국의 '쌍(雙)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우주선이 26일(현지시간) 지구로부터 약 1천100만㎞ 떨어진 심우주에서 목표 소행성 '다이모르포스'(Dimorphos)와 충돌한 직후 이미지 전송이 멈춘 화면 캡처.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날 우주선이 '운동 충격체'(kinetic impactor)가 돼 시속 2만2천㎞(초속 6.1㎞)로 다이모르포스에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NASA 제공] 2022.09.27 jsmoon@yna.co.kr

NASA는 또 2년 뒤 유럽우주국(ESA)과 '헤라(HERA) 미션'을 통해 정확한 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우주선 본선과 큐브샛 두 대가 2026년 디디모스와 다이모르포스 궤도에 도착해 충돌구 크기와 분출량, 궤도 변화 등을 정밀하게 관측하게 된다.

이런 결과물은 실험실 내 충돌 실험을 통해 마련한 컴퓨터 모델을 개선해 지구 충돌 코스로 다가오는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약 6천600만년 전 공룡시대를 마감한 것과 같은 소행성 충돌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은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우주선을 운동충격체로 활용해 충돌 코스의 궤도를 바꿔놓는 방안이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꼽히고 있다.

DART 우주선이 디디모스 쌍소행계에 다가서는 상상도 [NASA 제공]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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