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이탈리아 새 총리, 시스템상 절대 독재 불가능" NYT

강영진 2022. 9. 27. 10: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막대한 EU 경제회복지원금 포기 불가능하고
탈유로존 정책 폐기, 푸틴 우크라 침공 반대
분권화된 이탈리아 정치체제 독재 등장 막아
반이민 극우정책 등 문제 있지만 독재 불가능

[로마=AP/뉴시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당 대표가 25일(현지시간) 로마에 있는 당 선거본부에서 "고맙습니다 이탈리아"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날 치러진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극우 이탈리아 형제당이 주축이 된 우파연합이 승리했다는 출구 조사가 나와 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22.09.2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연합이 승리함에 따라 수도 로마에서 거의 100년전에 있었던 파시스트의 행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1당 이탈리아형제들은 베니토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을 직접 계승한 당이다. 가장 많이 제기되는 우려는 파시즘의 부활이 아니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같은 "선거 독재" 체제의 등장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신문 도마니의 편집국장 마티아 페라레시가 기고한 내용이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좌파연합의 주도 정당인 민주당은 멜로니 치하의 이탈리아가 헝가리처럼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주장을 배격했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멜로니가 이탈리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재자로서 반자유주의를 주도할 것이라는 주장이 먹히질 않았다. 이탈리아형제들의 급진성과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굴 수는 없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동시에 이탈리아 정치시스템의 제약으로 멜로니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로마에서 부다페스트까지 행진을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독재의 등장을 막는 건 유럽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내년 성장률이 0.7%에 불과한 이탈리아의 취약한 경제는 유럽의 각종 기관과 제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일상적인 경제적 연관성을 넘어 이탈리아는 향후 4년 동안 2000억유로(약 275조원)가 집행되는 유럽집행위원회 경기 회복자금의 최대 수혜국이다. 이탈리아는 민주주의 규범을 준수해야 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오르반 총리처럼 일탈하면 이탈리아 경제 전체가 망가질 위험이 크다. 이는 새 정부가 전혀 원치 않는 일이다.

유럽의 규칙을 따르는 건 큰 양보가 아니다. 이탈리아 형제당도 지난 몇 년 동안 반유럽성향을 스스로 정리해왔다. 지난 2014년 멜로니는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떠나야한다고 말할 때가 됐다"고 했었다. 그는 유로존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겠다고 했고 2018년에는 이탈리아 헌법에서 EU 회원국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이탈리아형제들의 의제에서 이 내용들이 삭제됐다. 멜로니는 지난해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떠날 필요가 없으며 유로가 계속 사용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정책도 마찬가지로 멜로니는 유럽 주류 노선을 따르고 있다. 한때 친구로 지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련해 멜로니는 2014년 크름 반도 합병으로 부과된 대러 제재에서 이탈리아가 이탈할 것을 촉구했고 2018년 부정선거로 당선한 푸틴을 축하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래 대서양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확고히 지지하는 태도로 변했다. 현재 멜로니는 유럽의 러시아 석유 가격상한제를 적극 지지한다. (헝가리는 이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기회주의자든 아니든 멜로니의 행보는 멜로니가 전통적인 친유럽 입장에서 국제적 협력국과 투자자들을 달래고 있다는 증거다.

무엇보다 이탈리아 자체가 억지력이다. 우선 동맹당과 전진 이탈리아당을 포함하는 우파연합은 헌법 개정 정족수인 3분의 2 의석에 못미친다. 내각중심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고 싶어하는 멜로니의 희망이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분열이 심한 연립정부를 이끄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멜로니의 부상을 싫어하는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는 분명 친푸틴이어서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전진당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벌써부터 "새 정부가 반EU 노선을 취할 경우 이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멜로니가 논쟁적인 정책을 추진할 순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이미 제기되고 있는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가 이끌었던 거국내각 부활 요구가 커질 것이다.

이탈리아의 정치시스템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악명이 높지만 안정을 유지하고 권위주의로의 후퇴를 막는 민주주의 제도가 잘 조화돼 있다. 20곳의 준자치 지역과 8000곳에 달하는 지자체로 분산된 시스템이 중앙집권을 막는 방화벽이다. 헌법재판소는 정치 영향력에서 충분히 벗어나 있고 사법제도는 최근 EU가 주도하는 전면 개혁을 거쳤다. 멜로니가 권력을 찬탈하려 할 경우 강력한 역풍을 맞을 것이다.

우려할 만한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멜로니는 이탈리아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집권한 파시스트 후계 지도자이며 이탈리아형제들은 헌법으로 금지한 파시스트당의 재현인 이탈리아 사회운동의 직계 정당이다. 파시스트 전통을 벗어던지는 등 탈악마화 과정을 거쳤음에도 이탈리아형제들은 네오파시스트 그룹과 연계를 완전히 끊지 못했다. 당직자들이 여전히 극우그룹과 함께 어슬렁거리고 있다.

더우기 멜로니는 유럽의 반자유주의자들에게 동정적이다. 지난 15일 멜로니는 자당 유럽의원들이 EU가 오르반 총리를 징계하는 결의안에 반대 투표를 하도록 주도했으며 폴란드의 집권 법과 정의당과 긴밀한 관계다. 매우 호전적인 반이민정책, 상하관계 중심주의와 부족주의에 경도된 반동적 문화는 급진적이고 쇼비니즘적이다. 문제점인 것이 분명한 대목들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독재자가 되지는 않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