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오' 고경표 "로또 당첨? 사치품에 눈길 돌리지 않을 것"[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2. 9. 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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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 곽동연, 박세완, 이순원 주연의 영화 '육사오'(박규태 감독)가 지난달 말 개봉할 당시만 해도 200만 명에 가까운 흥행을 예상한 이는 없었다.

영화 '육사오'는 우연히 1등 당첨 로또를 줍게 된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와 천우의 실수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로또를 줍게 된 북한 병사 용호(이이경) 등이 로또 당첨금 57억을 사수하기 위해 우여곡절을 겪는 스토리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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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극과 멜로, 스릴러 다양하게 오가는 스펙트럼 넓은 배우 될 것"
영화 '육사오'서 1등 로또 용지 첫발견하는 천우 역 열연 
이이경·음문석·곽동연·박세완과 폭소 만발 코믹 호흡 펼쳐
배우 고경표 / 사진=싸이더스 제공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 곽동연, 박세완, 이순원 주연의 영화 '육사오'(박규태 감독)가 지난달 말 개봉할 당시만 해도 200만 명에 가까운 흥행을 예상한 이는 없었다. 특히 영화 '외계인' 1편과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 국내 유수의 투자배급사들의 대표 선수격인 영화들이 총출동한 올 여름 영화계 흥행 대전에 마지막 주자격으로 출전한 '육사오'를 향해 "무모한 도전", "겁 없는 용기" 등의 시선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육사오'가 개봉 전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후 영화를 보면서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영화 담당 기자들마저 "상영 시간 내내 배꼽 빠질 정도로 웃기다"라는 호평 리뷰를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육사오'는 예상외 흥행 복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개봉이후 한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관객들의 배꼽을 책임지며 200만 흥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 '육사오'는 우연히 1등 당첨 로또를 줍게 된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와 천우의 실수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로또를 줍게 된 북한 병사 용호(이이경) 등이 로또 당첨금 57억을 사수하기 위해 우여곡절을 겪는 스토리를 그렸다. 

고경표는 주인공 박천우 역을 맡아 극 전체의 안정감 넘치게 끌어 갔다. 북한군 역의 박세완과 알콩달콩 코믹 로맨스를 펼치는가 하면 북한 병사들의 가축들을 무한 번식시키는 장면 등에서는 폭소탄을 책임지며 웃음을 유발한다. 연기 구멍이 전혀 없는 엄청난 앙상블이 펼쳐지는 '육사오'의 중심에서 드라마의 핵심축을 담당하며 흥행 일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배우 고경표 / 사진=싸이더스

- 천우 역을 어떻게 디자인했나.

▶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인물로 표현되길 바랐다. 예전에는 군인 아저씨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군인 동생, 군인 친구로 느껴지는 시대 아닌가. 미워 보이는 캐릭터가 아니어야 했고 로또를 찾아 다니는 에너지 자체도 순수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곤경에 처했을 때 마주하는 반응도 순수하게 나타나는 인물이었다. 살도 포동포동하게 찌워 순박하게 보이길 원했다. 로또를 찾으러 다닐 때의 절박함과 북한에 넘어가게 됐을 떄 공포심 드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 했다. 

- 천우의 이름에서도, 동물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마음에서도 성격이 드러난다. 

▶ 이이경 배우와 철쭉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하는 대목이 나온다. '내 이름이 왜 천우인 줄 아니? 천마리 소를 키우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나는 소를 케어하는 멋진 농장을 짓고 소들에게 육아 휴직도 줄 거다"라는 내용이 있다. 천우의 품성을 표현하기 위해 8~9kg 가량을 찌웠다. 원래 70kg 후반대였는데 89kg까지 찌웠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천우가 좀 더 푸근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셔서 한달 반 가량의 기간 동안 라면을 비롯해 온갖 탄수화물을 먹으며 살을 찌웠다. 예전 20대 중반 당시 뇌수막염을 약물 치료하면서 10kg 가량 살이 찐 적이 있다. 원래 잘 찌는 스타일이다. 이번에 캐릭터의 다양성을 위해 몸이 잘 변해주니 좋더라. 디테일을 잘 살릴 수 있었기에 성취감과 즐거움이 컸다. 

- tvN 수목드라마 '월화수목금토'에서 미스터리 정지호 역을, '서울대작전'에서는 상계동 크루 중 감성 충만 DJ 오우삼 역을 맡았다. '육사오'와 차별성을 줘야 했을텐데. 

▶ '육사오'에서 확 찌우고 '서울대작전' 때 빼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 '서울대작전'의 오우삼은 날 것 같은 인물이어서 살이 찌면 찌는 대로 와일드한 모습을 보일수 있었다. 날 것 느낌을 내려고 메이크업을 안하고 촬영했다. 장발 설정도 하고 시대적 고증도 많이 하며 촬영했었다. 픽션도 많이 가미됐지만 시대적 고증을 하려고 1988년 미국 문화나 당시 잘 나갔던 연예인들은 누구인지 서치도 하고 그랬다. 제가 개인적으로 지향 하는 것이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살을 찌우거나 혹은 빼면서 표정이나 웃음도 새롭게 만들어내고 하는 이런 과정들이 너무 즐겁다. 

- 2020년 1월에 전역했다. 군 제대한지 얼마 안돼서 촬영했을 텐데 실제 군생활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다.

▶ 제게는 군대가 부정적이거나 삭막하게 남아 있지 않다. 제가 군대를 좀 늦게 가기도 했고 제 또래들이 20대 초에 갔을 당시보다 병영문화가 많이 좋아졌다더라. 군대 시절에 대한 좋은 추억이 많다. 영화 속에서 침상에 몸을 비틀고 누워있는 장면들도 실제 군생활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리모콘을 병장의 사물함에서 꺼낸다던지 하는 내용도 비슷하다. '너 말년이니 몸 조심하라'는 대사가 떨어지기 무섭게 천우가 덤블링을 하면서 침상에 떨어지지 않나. 천우나 다른 전우들이 다들 20대 초반 어린 청년들이잖나. 그들의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 하면서도 들떠 있는 순수한 모습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 군 생활 당시 빅뱅 태양, 대성 등과 에피소드가 있다던데. 

▶ 육군 23사단 철벽부대에서 조교로 근무했다. 저 때는 연예병사 제도가 없어진 뒤였다. 군에서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연예인 하던 분들을 파견하라는 명령이 떨어져서 함께 모이게 됐다. 당시 파견으로 모인 사람 중 제가 제일 막내였고 주원, 빈지노, 태양, 대성 등 저보다 군생활 많이 했던 형들이 저를 잘 챙겨줬다. 

- 그럼에도 군생활 중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 군대에서는 밥 먹는 시간도 잠을 자는 시간도 샤워 시간도 전부 허락을 받아야 하고 모든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선택의 자유가 없잖나. 멍하게 창밖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던 시간이 있었다. 제대 후에야 배고프면 아무 메뉴나 먹을 수 있고 내가 산책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지 않은가. 부조리 등의 측면은 많이 나아졌지만 모든 걸 명령 체계에 따라야만 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은 있었던 것 같다.  

- '육사오'에 함께 출연한 이이경, 음문석, 박세완, 곽동연, 이순원, 김민호 등 모든 배우들 중 연기 구멍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출연진의 고른 연기력과 뛰어난 호흡이 '육사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데. 

▶ 리허설을 정말 많이 했다. 요즘에는 배우들끼리 서로 연기에 대해 토의하는 것 자체가 결례일수 있다는 의식들이 많다.  뭔가를 권유하는게 실례일 수 있다. 하지만 저는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장면을 모아서 나열하는 게 영화 아닌가. 관객들을 위해서라면 최고의 한장면이 모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관객들을 위한 예의다. 우리 영화에 참여한 모든 배우들이 열려 있었다. 리허설을 허투루하는 사람이 없었다. 서로에 대해 진심으로 마주했다. 한팀으로 이 작품을 만들어내려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훌륭한 하나의 팀워크가 만들어지더라. 극의 내용도 남과 북이 암투를 벌이는 것이 아닌 화합과 팀워크로 이뤄지는 내용이기에 가능했다. 

- '육사오'를 선택한 이유는.

▶ 작품을 고르던 당시 많이 웃고 싶었다. 촬영하면서도 즐겁고 관객들도 웃으시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저는 한국 코믹 영화의 붐이 일던 시기에 자랐기에 웃음이 있는 영화가 그리웠다. 마침 따뜻한 휴먼 코미디와 맞닿아있는 시나리오를 발견하게 돼 출연하게 됐다. 관객들 반응마저 좋으니 정말 더 할 나위없이 좋다. 

-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나 현빈과 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 등이 묘하게 연상된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당시 가장 끌렸던 장면은?

▶ 로또가 북으로 날아가고 또 그걸 찾으러 들어가는 장면 등이다. 마치 로또가 자신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이이경 배우를 따라가지 않나. 우리 영화 특유의 예쁜 상상력이 가미된 장면들이다. 물론 영화 안에 남과 북의 화합과 통일이라는 큰 메시지도 담겨 있지만 요즘 사람들은 사실 통일에 대한 염원이 예전처럼 크지는 않잖나. '우리는 원래 한 민족이었다'는 원대하지만 큰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느껴 볼수 있는 점들도 좋았다. 이런 상황에 이런 사람들이 모였다면 역경을 잘 이겨낼거라는 느낌이 따뜻하게 와닿았다. 

- 촬영하면서 가장 웃겼던 장면은.

▶ 공동 급수 구역에서 이순원 배우와 김민호 배우가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을 추는 장면이다. 두 배우가 정말 부던히도 노력했다. 김민호 배우는 영상을 보면서 연습했고 이순원 배우는 선생님까지 섭외해서 연습했다더라. 둘이 춤 동선을 맞춘다고 숙소에서 연습하고 현장에서 연습하고 정말 열심히 했다. 이런 정서와 극의 서사가 잘 쌓여서 웃음을 많이 유발한 장면이 된 것 같다. 

-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인터뷰 당시 고경표 배우 칭찬을 그리 하더라. 두 명의 배우가 합을 맞출 때 다른 한 사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딱 적합한 연기를 펼칠 줄 아는 배우라고 하던데. 

▶ SNL 출연 당시 장진 감독님께 정말 많이 혼나면서 배웠다. SNL은 생방송이기에 순간적으로 기지가 떠오르면 그 행동을 하곤 했는데 감독님이 말씀주시길 '네가 약속되지 않은 행동을 하면 다른 배우들이 리액션에서 NG가 날 수 있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리허설이 중요하고 약속된 합을 발전시키는 것도 리허설에서 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신인 시절에 그런 내용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있었다. '헤어질 결심' 현장에서는 박찬욱 감독님 지시를 잘 따랐다. 박 감독님은 워낙 디테일을 잘 설정해주시고 또 꼼꼼히 현장에서 봐주고 계시기에 너무 많은 걸 배웠다. 정말 좋으신 감독님이셨고 많이 배웠다. 박찬욱이라는 명성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걸 느꼈고 너무 영광스러웠다. 배려심이 정말 많으시고 현장에서 화내시는 걸 한번도 못봤다. 언젠가 감독님께 '현장에서 화나실 때가 없으신가'하고 물어봤다. 감독님 왈 "나도 화날 때가 있지, 그런데 화를 내면 뭐해. 현장 분위기만 망치지"라고 하셨다. 그런 모습도 너무 멋지시다. 정말 큰 어른이시다. 

- 군 제대 후 어머님이 돌아가신 걸로 안다. 견디기 힘든 시간도 있었을텐데. 

▶ 제가 군에 있을 때 투병중이셨고 전역후 8개월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셨다. 군에 있을 동안 시간을 함께 못보낸 것이 속상하고 아쉽지만 어쩌겠나. 마치 재해를 당한 느낌이었다. 후회하고 자책도 했지만 그래도 그러기 보다는 받아들여야 하겠더라. 어머니도 그걸 바라실 것 같다. 제가 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머니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소감은. 

▶ 제가 출연하는 작품에 잘 동화되는 편이다. '육사오'는 영화 자체가 너무 좋았고 천우에게 많이 동화됐다. 엄청나게 힘든 상황에 놓인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침울해지는 편이다. 반면 이번 작품은 반응들도 너무 설레고 기자분들과 인터뷰도 오랜만이다. 인터뷰를 할 때 작품에 재미를 못느끼셨거나 저에 대한 호감 이미지가 없이 오신 분과 마주한다면 어쩔 줄 모르겠더라. 그런데 이번 인터뷰에서는 취재진분들의 호감도가 너무 느껴진다. 방금 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제 연기를 보고 위로 받았다'는 한 분이 계셨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시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제가 살아가면서 왜 연기를 하고 있나 가끔 스스로 묻게 되는데 바로 그런 이유인 것 같다. 그런 칭찬과 위로를 받으니 덜컥 눈물이 쏟아졌다. 그런 이야기는 엄마가 살아계실 때 해주시던 말인데 '경표야, 너 잘 하고 있어, 잘 해줘서 고마워'라고 늘 말씀하셨다. 갑자기 그런 말씀을 인터뷰 현장에서 들으니 눈물이 주체가 안됐다. 

- 지금 열심히 군복무 중인 20대 청년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 군대에 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가 20대 초반일 때 친구들이 군대에 일찍 가서 힘든 모습을 많이 봤다. 당시에 비하면 지금은 부조리도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유 의지를 행할 수 있는 시간은 없지 않나. 대학생 때 배울 것도 많은 시기에 군대에 간 혈기 왕성한 친구들은 힘든 점도 있을 거다. 군대에 와준 젊은 친구들을 보면 형의 입장에서 너무 고맙고 잘 견뎌주는 모습이 대단하다.  

-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 여행을 가고 싶다. 그렇게 큰 액수가 있다고 사치를 부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있는 대로 두고 지금 삶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겉치레에는 별로 욕심이 없다. 슈퍼카도 사고 싶고 몇천만원어치 시계도 사고 싶고 하는 그런 욕심은 없다. 사치품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몇 번 사본 경험이 있는데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박세완과 멜로 호흡이 맑고 사랑스러웠다. 

▶ 마치 소년과 소녀가 만났을 때 설렘들을 표현했다. 박세완 배우가 연기를 잘 하더라. 초롱초롱한 눈을 보고 있으니 저도 동화가 저절로 됐다. 마지막 이별신에서 '조심히 가시라요, 좋은 여자 만나시라요' 하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데 그 맑고 예쁜 모습에 관객분들도 설레어 하시면 좋겠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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