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가 던진 다트, 소행성 명중..인류 첫 지구 방어 실험 성공

곽노필 2022. 9. 2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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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 인류 최초의 지구 방어 실험이 성공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27일 오전 8시14분 다트(DART=쌍소행성궤도변경시험) 우주선을 지구에서 1080만㎞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지름 160m(축구장의 1.5배)의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충돌시켰다.

무게 55kg의 다트 우주선은 이날 충돌 4시간 전 디모르포스와 9만km 떨어진 거리에서 마지막으로 비행 경로를 조정한 뒤 자동항법 시스템을 이용해 목표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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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출발한 다트 우주선
1080만km 거리 소행성에 충돌
궤도 변경 통한 위험 회피 타진
다트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충돌하기 직전. 탑재된 카메라가 찍은 마지막 장면이다. 나사TV

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 인류 최초의 지구 방어 실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27일 오전 8시14분 다트(DART=쌍소행성궤도변경시험) 우주선을 지구에서 1080만㎞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지름 160m(축구장의 1.5배)의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충돌시켰다. 이번 시험은 나사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다트팀의 시스템 엔지니어인 엘레나 애덤스는 우주선이 소행성 중심에서 약 17m 떨어진 지점에 충돌했다고 밝혔다. 나사는 추후 지상 및 우주 망원경 관측을 통해 궤도가 실제로 변경됐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나사 관계자는 ‘로이터’에 “우주선이 설계된 대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행성 충돌 시험은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소행성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지구방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디모르포스에 접근하는 다트 우주선. 표적을 향해 정확히 날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사TV

음속 18배 속도로 돌진

지난해 11월 지구를 출발한 다트 우주선(550kg)은 이날 충돌 4시간 전 디모르포스와 9만km 떨어진 거리에서 마지막으로 비행 경로를 조정한 뒤 자동항법 시스템을 이용해 목표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이어 충돌 2분30초 전엔 이온엔진을 끄고 관성의 힘으로 소행성 디모르포스을 향해 돌진했다. 충돌 순간의 속도는 초속 6.1km로 음속의 18배였다.

다트에 탑재된 카메라는 충돌 3초 전까지 소행성을 촬영해 지구로 보냈다.

사실 이번 충돌 실험은 성공을 쉽게 자신할 수 없었다. 다트 우주선 카메라에는 충돌 1시간 전까지 디모르포스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두 소행성의 크기 차이가 크고 워낙 가까운 거리에 있어 디모르포스가 디디모스에 가려져 보이는 탓이다.

충돌 이후 상황은 7일 전 분리된 큐브샛 ‘리차큐브’가 촬영 임무를 맡았다. 이탈리아우주국이 제작한 무게 14kg의 리차큐브는 디모르포스에서 55㎞ 떨어진 지점에서 충돌 3분 후부터 카메라를 작동했다. 리차큐브가 찍은 첫 사진은 충돌 후 24시간 안에 확인할 수 있다고 나사는 밝혔다.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현재 궤도(흰색선)와 충돌 실험 후의 예측 궤도(파란색선).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공전 주기 10분 단축 기대

첫 지구방어실험 대상이 된 디모르포스 소행성은 지름 780m의 소행성 디디모스를 1.2km 거리에서 11시간55분 주기로 공전하는 쌍소행성계의 작은 행성이다. 나사는 이번 충돌 시험을 이집트의 기자 피라미드에 버스를 돌진시키는 것에 비유한다.

나사는 충돌 충격으로 디모르포스의 공전 궤도가 약간 안쪽으로 바뀌면서 공전 시간이 최대 10분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나사의 예측에 따르면 다트가 소행성에 충돌할 때 100억J의 운동 에너지가 발생한다. 그 결과 충돌분화구가 만들어지면서 우주선 질량의 10~100배에 해당하는 물질이 분출된다. 예측대로라면 약 100톤의 암석 물질이 산산이 흩어지면서 디모르포스에 10미터 폭의 충돌구가 생긴다.

이 물질을 밀어내는 데 필요한 힘은 곧 반대 방향으로 소행성을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한다. 로켓 추진 원리와 비슷하다.

소행성 충돌 실험이 성공한 것을 확인한 나사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나사TV

2년 후 다른 우주선 보내 결과 확인

문제는 충격의 강도를 좌우하는 디모르포스의 표면이 얼마나 단단한지 모른다는 점이다.

다트 관측팀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티나 토머스 노던애리조나대 교수(행성과학)는 ‘사이언스’에 “우리는 소행성이 단단한 암석이라는 걸 전제로 우주에서 거대한 당구 게임을 하고 있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간단한 물리학 방정식으로 풀 수 있으나 실제로는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탐사선이 방문한 소행성 류구와 베누는 애초 예상보다 표면이 단단하지 않았다.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의 앤디 청 수석연구원은 “사진만 보고는 그것이 암석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암석보다 강도가 약할 경우 충돌의 결과를 예측하기가 헐씬 더 어렵다. 소행성 표면이 무를수록 충격의 여파가 길어져 충돌구가 더 커진다.

나사는 앞으로 4개의 지상 천문대와 제임스웹우주망원경,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다트의 궤도 변화를 관측할 계획이다. 디모르포스가 디디모스 앞을 지날 때의 빛이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해 분석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이번 실험은 나사 행성방위조정사무소 주관 아래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가 맡아 진행했다.

다트의 소행성 충돌 실험은 속편이 예고돼 있다.

유럽우주국은 이번 실험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24년 10월 헤라(HERA)라는 이름의 탐사선을 이곳으로 보낸다. 헤라는 2026년 말 이곳에 도착해 탑재한 고해상도 카메라와 두대의 큐브샛으로 두 천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두 행성의 물질은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인지 살펴볼 예정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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